보행 연습 - 돌기민 장편소설
돌기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성별 맞추기 게임의 숙련자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옷으로 몸을 가린 사람들의 가려지지 않은 나머지 특성으로, 그들의 성기 모양과 그에 대응하는 성별을 추측하며 살았을 테니까요. 항상 정답을 맞혔다고 확신하면서, 하지만 당신이 저지른, 앞으로도 저지를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이 게임을 시작한 것 자체가 실수임을 아무도 모릅니다.p15
.
.
외계인 무무는 고향 행성이 파괴되어 탈출하던 중 지구에 불시착해 난민이 되어버린다. 연료를 구하는대로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지만, 15년째 지구에 체류중이다. 살기 위해 지구의 음식들을 먹어 봤으나, 모두 탈이 나고 맛이 없다. 그러던 중 입맛에 찾은게 인간!
데이트앱을 통해 인간을 만나 때론 남성으로, 때론 여성으로 변해 상대가 원하는대로 성관계를 갖고, 상대를 잡아먹는다.마치 짝찟기가 끝나면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처럼.

사람 모습으로 신체를 개조해
변신하는 과정도 힘들 뿐더러, 굶어서 힘이 없거나 때때로 예상치 못한 상황들 때문에 갑자기 기괴하고 무섭게 형태가 변해버리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영화나 소설처럼 식인과 살인이 쉽지 않아 굉장히 계획적으로 그리고 상당히 까다롭고 힘들게 진행한다. 어떤 증거도, 흔적도 남지 않게...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데이트앱으로 만난 상대와 섹스하고, 그 후에 잡아먹는 외계인 이야기라니 무척이나 독특하고 파격적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구와 사람들에게 섞이지 못하는 외계인 무무의 시선과 이야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이 겪는 불편함과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중력 때문에 두 발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든 무무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을 불편한 모습으로 이용하는 포습을 사람들은 혐오와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기준으로 정상과 평범이라는 틀을 만들고, 자신과 다른 정체성을 틀리다고 생각하며 배제하는 사회의 모습과 옷차림으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고,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강요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젠더 문제를 여실히 보여 준다.

파격적인 소재속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혐오의 시선, 변하지 않는 불평등과 차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사회적 관습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풍자했다.

게다가 이 책은 특이하게 국내 출간 전 영미권에 먼저 선수출 되어 2023년 HarperVia 출판사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