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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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그토록 훌륭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경탄할만한 것이 바로 옆에 있어도 보지 못한다.p66

상식에서 벗어난 판단을 하는 사람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몸이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가난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신이 가난한 사람은 그나마 가진 것도 모두 잃는다. 가난의 법칙이다. 실패를 통해 배운게 없는 사람, 자신의 힘으로 좌절을 극복한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p156

구린 농담을 하는 이유는 듣는 사람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p165

우리가, 남들만큼만 하면 결코 남들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평범해지기 위해서는 혹독한 계절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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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삶이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배우자를 만나고, 은행 빚 별로 없이 아파트를 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은퇴 후 취미를 즐기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에 자신 혹은 가족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없어야 하니, 평범한 삶이란 곧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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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짜리 방으로 이루어진 한 오피스텔의 관리자로 일하는 주인공 '나'는 6평의 방 한칸을 사무실 겸 집으로 사용하며 세입자들의 월세와 건물의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며 지낸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친구와 함께 서울로 상경해 용산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생활한다.
꿈을 품고 서울로 왔으나 실상은 하루, 한달을 버텨내기 위해 오로지 돈만 벌며 어느 누구와도 교류하지 못하고 고립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그는 경마장에서 일하다 지금의 건물주와 인연이 되어 그의 건물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월세와 관리비가 밀리기 시작한 403호에 독촉을 위해 찾아가고 이상한 냄새와 문 밖의 구더기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문을 열자 죽어 있는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시신 인도 후 그 방을 치우다 아이 신발 한켤레와 자살한 세입자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타인의 삶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죽어도 무감각하며, 나랑은 상관없는 일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무탈하게 살아가길 바라지만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 1분 1초가 다르게 격렬하게 춤을 추는 코인의 차트같다. 아침과 낮이, 낮과 밤이, 밤과 새벽이 다르게 등락을 거듭하는 코인에 빗대어 표현한 삶의 모습들이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무덤덤하게 쓰여져 있어 염세적이기까지 하다.
작가는 이 책이 화해에 관한 이야기이며 화해를 위해 필요한것이 소통이라 설명한다. 화해와 소통, 세상을 향해 한발자국 내딛고 교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소통에 서툰 주인공은 사람과 세상에서 고립된 생활을 지속한다.
생을 마감한 403호 세입자의 삶이 쓰여진 일기장을 읽으며 주인공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삶에 대해 생각하는데, 과연 산다는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삶이 충분히 괜찮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정 없는 차가운 회색 도시의 버겁기만 청년의 삶이,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한 다양한 삶의 모습과 공허함이 담겨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하기를, 화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제된 감정표현들 속에 잘 담겨 있어 가독성도 좋고 흡인력도 강하다.

내겐 낯선 작가이지만, 제 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알지 못했던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일인것 같다.

덧!
작은별 변주곡을 나 역시 모차르트가 작곡한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아, 어머니, 말씀드릴게요' 라는 제목의 프랑스 샹송이라고 한다. 옆집 남자아이를 사랑하게 된 한 소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엄마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인데, 여기에 영국 시인이 지은 시를 가사로 붙인 동요가 전 세계로 퍼진거라고...
모차르트와 관련 있는 이유는 그가 이 원곡을 바탕으로 열두개의 변주곡을 만들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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