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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의 완성
이갑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평점 :
담임의 말대로 히틀러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당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우리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어른들은 언제나 과거를 교훈 삼으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더 힘들었었다. 끔찍했다. 지금이 낫다는 식의 논리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자신이 아플 떄 제일 아프다. 최악의 악당은 역사 속의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이다.
전쟁은 지그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전쟁에는 선과 악이 없다. 시작한 순간부터 양쪽 다 악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사람을 죽이고 강제로 무엇인가 빼앗는다.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어쩌면 자기보다 더한 악당을 역사 속에 만들어놓고서 자신은 그것보다 낫다고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히틀러는 어디에나 있다. 지금 여기에. 아마 미래에도 있을것이다.-우리의 투쟁 中-p236
편협의 완성
아프라테르
T.O.P
일사부조리
조선의 집시
서점 로봇의 독후감
품사의 하루
우리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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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을 읽고 이갑수작가가 궁금해졌고, 그의 다른 책을 찾았다.
이갑수 작가는 무술, 소림사, 무도인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빠짐없이 무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장편 킬러스타그램에서도 그러했다.
이 책의 단편들은 모두 황당무계하고, 독특하고, 기발하고, 웃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시종일관 재미있다.
풍자와 재치가 허를 찌른다.
심지어 작가의 말까지 웃기다.
첫 소설을 썼을 때, 사부는 내게 맥주를 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넌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어.
어쩌면 나는 그 말 때문에 소설가가 됐는지도 모른다. 흔들릴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면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방법으로 썼다.
몇 년 전에 사부의 고향에 내려갔다가 그 말의 진의를 알게 됐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쯤,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사부가 냉장고를 붙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넌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날 우리는 냉장고의 재능을 전부 마셨다.
서울에 돌아와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사부에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삼백 명도 넘었다. 일종의 술버릇이었다. 사부는 술을 마시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든 같은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읽고, 쓴 문장의 총량이 나의 재능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재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첫 책이다. 오래 걸렸다.
이제 나는 정말로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작가의 말 中-
내 취향에 너무 잘 맞는 책이었고, 단편 '우리의 투쟁''은 실소하면서 읽었다.
모처럼 게임과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 신난다.
다음 작품도 얼른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