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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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슬픔만 남는 것이 아니다. 흔히 자식은 땅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냥 묻어두는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씨앗과도 같은 것이다. 슬픔의 자리에서 싹이 나도 꽃이 피고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를 맺는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우리의 삶을 더 푸르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추임새로 돌아온다.p9

딱 한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잇!"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치켜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p23

고 이민아 목사 9주기를 맞아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1부에는 떠난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2부에는 딸 이민아목사와 주고 받은 편지들이 실려있다.

고 이민아목사의 삶은 정말 시련의 연속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검사와 변호사를 했을정도로 공부도 잘했던 바르고 예쁜 딸이었는데 이혼, 암선고, 첫째아들의 돌연사, 둘째아들의 자폐판정, 실명위기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련을 겪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던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미어졌을지는 감히 상상도 할수가 없다. 그럼에도 술과 마약을 하는 청소년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노력했던 그녀.
다양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내는 딸을 지켜보던 부모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이야기라 사실 너무 무겁지는 않을까, 너무 슬프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나치게 무겁지 않았고 무엇보다 따뜻함이 가득해서 좋았다.
출생부터 이별까지 딸의 짧았던 삶을 기억하며, 딸의 자취를 되돌아보고, 혹 자신이 외롭게 하진 않았는지, 힘들게 한것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안함을 표현한다.
딸에 대한 소중한 마음들을 책 한권으로 표현하기엔 분명 부족하겠지만,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중간중간 있는 삽화들이 그 따뜻함을 더 깊게 해준다.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거라는 메시지와 자신처럼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진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글을 썼다는 아버지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뒤로 미뤄둔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무엇보다 늘 감사한 부모님께는 더더욱.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눈 한 번 깜박이는 순간이면 된다.(p22) 라는 글처럼, 당신도 나도 당장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표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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