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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ㅣ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고독은 느끼거나 만지거나 가질 수 없다. 고독하다. 그 말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고독을 생각하는 순간에 사라진다. 고독은 욕망되고, 고독은 거부한다.
나는 여기에 혼자 있다. 그리고 나는 또 여기에 혼자 있다. 고독은 고립이 아니다. 고독은 나의 잉여, 잉여의 과잉, 과잉의 질식. 고독의 시공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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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해일처럼 다가가면 빨아들이고 달아나면 덮쳐온다. 너를 삼키는 순간까지 네가 곁눈질로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너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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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 아니면 내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욕망하는 일. 내 욕망이 머뭇거림 속에서 실패에 이르는 일. 내가 욕망하는 것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만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쓸 수 없다. 오늘은 아니어야 하는데. 어제도 그랬듯이. 아직은, 나는 아직. 무슨 말로 항변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달아난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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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는 도시의 소음을 가로지르면 음악의 여운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그런 여운은 다시금 찰나 속에서 무한의 시간을 살게 한다. 나는 어둠속에서 스스로를 연주하는 피아노를 상상한다. 그리고 곧, 다시 내 안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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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고통의 누적이고, 누적된 시간 속에서 고통은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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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소설Q 세번째 시리즈다.
스물한곡의 음악을 접목시켜 죽음을 연주한다.
어둡고 쓸쓸한 문체에 읽는동안 내내 착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좀 힘들기도 한 책이었다.
죽음은 불행, 고통, 고독,괴로움으로 인해 사는것이 힘들어 녹록찮은 현실에서 조금 더 편안해 지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과는 전혀 다른 구성으로, 에세이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죽음속에서 삶의 의미와 애착, 그리고 살아가야하는 이유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죽음을 생각하는것도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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