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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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꼬리로 찍어버린다? 나처럼 오래 살아봐. 별거 없어. 결국 남는 건 사랑 이야기야. 다른 이야기들은 희미해지고 흩어지더라. 로맨스만이 유일무이한 거라고. 진부하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 어린 인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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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테트리스라면, 더이상 긴 일자 막대는 내려오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 이렇게 쌓여서, 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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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인으로, 독립적인 경제인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며, 간절히 유지하고 싶은 상태이다. 그러니 이렇게 가끔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 오늘은 괜찮은가, 이번주는 괜찮은가 꼼지락꼼지락거려보는 것이다. 완전폐기물 보관함처럼, 위태롭지만 조용하게.
엉망인 내부를 숨기면서 사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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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는데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물론 매력적인 후자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최초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고.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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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누구를 사랑하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ㅡㄹ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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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언니는. 누군가의 정답이라서.”
“무슨 소리야, 결혼은 정답이 아니라니까.” “아니, 결혼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관계라도 한 공간에서 매일을, 매사를 공유한다는 건 대단히 큰일이잖아. 그런데 언니는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파트너란 이야기니까.”
“쓸데없이 심각하게 굴고 그래? 정답은 무슨, 오답만 아니면 다 어떻게든 되는 거야.” “아니야, 언닌 정답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정답으로 지켜나가는 사람이니까. 난 누군가의 유사답 정도는 되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한 번도 정답은 못 되어봤네.” 선이는 빨대 껍질을 잘게 찢으며 재화의 말을 곰곰 따져 보이듯 했다. “그런 거 될 필요 없는 것 같아. 누구의 무엇도.” 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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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이, 이야기가 계속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팔 안에서 안전할 것이다. 인류가 20만 년이나 진화해놓고 뻔하게 악한 부분을 왜 제거하지 못했는지, 이 진부함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쓰는 사람으로서 계속 곱씹어야 하겠지만.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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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출간해 절판되었던 덧니가 보고 싶어가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되어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는 헤어진 두 남녀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가로,경호업체 직원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작가인 재화는 자신의 소설들에서 전 애인 용기를 등장시켜 아홉번이나 죽이는데, 소설 속 죽음의 순간에 용기의 피부에 소설 속 문장들이 문신처럼 글씨로 새겨진다.
재화가 쓴 단편들이 소설 속 소설로 등장하는데,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 독특하고 재미있는데다, 지루할틈이 없다.
어쩜 이런 발상과 문체를 가지고 있는지 늘 감탄하게 된다.
재화와 용기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여러편의 단편들 역시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고 현실의 재화와 용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표현한다.
로맨스와 판타지와 스릴러가 이 작은 책안에 어찌나 촘촘히 담겨 있는지 또 감탄.

가벼운 전개와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재, 그렇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으며, 곳곳에 숨겨 놓은 보석같은 메시지는 정세랑작가만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간절히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입속에서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고 싶은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벼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하며, 지치지 않고 쓰겠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 쓴것처럼 그녀는 이미 내게 정말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는 작가다!

유쾌함을 지향하는 정세랑 작가의 매력에 다시 한번 풍덩!
이번에도 역시 정세랑!
정세랑월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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