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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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실한 삶의 모습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비로소 확실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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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험으로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때의 생활이 뭔가 깊이 있는 갈등과 의미를 지니지 못한 아주 경박한 것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복잡함이란 대부분 인물의 머릿속이 아니라 작가의 펜 아래에 존재한다. 더구나 희극喜劇이 표현하는 것은 심오함이 아니라 평범함이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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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은 비로소 무에서 유로 완성될 수 있을 뿐이다. 전후의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는 일이 있다. 발생했으면 그냥 발생한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이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가는 것이다.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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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은 끝이 없었지만 고통은 항상 서둘러 찾아왔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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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운명이란 항상 쾌락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기고 극도의 격정 뒤에는 항상 긴 적망과 우울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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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을 읽은 후 옌롄커 작가의 매력에 빠져 읽게 된 책!
"인민을 복무하라"는 1944년 마오쩌둥이 발표한 유명한 정치슬로건이다. 그것을 제목으로 한 소설로 사단장의 집에서 취사병으로 일하며 잡일을 하는 우다왕은 어느날 사단장의 아내 류렌의 유혹을 받는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글이 쓰여있는 팻말이 제자리에 없으면 자신에게 오라고 하는 류렌의 말을 거절할 수 없다는것을 알게 된 그는 그녀가 원하는 육체적 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단순한 육체적 관계와 쾌락이 아닌 서로에 대해 깊어가는 마음, 서로를 갈망하는 모습들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출간된 후에 일부가 삭제되어 발표되고, 약 3만권의 책들을 전량 회수할만큼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이유는 중국에서 신같은 마오쩌둥이 이룬 혁명의 전통을 인간의 욕망으로 대체해 혁명을 해체하고 인성회복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적인 성애묘사를 통해 혁명과 공화국의 역사를 희화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혁명의 역사에 반문해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확인하고 혁명의 서사와 욕망의 동경을 대비시킴으로써 왜곡된 인간 존재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했다는 번역가의 말처럼, 단순히 두 남녀의 육체적 사랑만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지만은 않다.

저자는 이 책이 사랑과 존엄을 이야기하며,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존엄을 필요로 하고 존엄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장은 무소불위 권력안에서 혁명의 상징이 아닌 단순한 욕망 표출을 표현으로 쓰여졌다.
두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금기를 깨고 서로를 집요할정도로 탐닉하고 절정에 도달해가며 본능과 이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두 남녀의 모습들을 은유와 섬세한 묘사들로 담아냈다.

특수한 시대와 배경에서 일어났던 지독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만큼 욕정과 쾌락 뒤에 따라오는 쓸쓸함과 격정적인 사랑 후에 남는 깊은 우울과 적막은 언제나 두 남녀를 따라다닌다.많은 성적묘사에도 불구하고 거부감들거나 불쾌하단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가독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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