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선이 어디인지 알고 그걸 넘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가끔씩 그 선이 학교 운동회날 잔디 위에 석회 가르로 그린 선처럼 느껴지는게 문제일 뿐이다. 쉽게 문질러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지만, 절대 전과 똑같은 자리에 똑같이 그릴 수는 없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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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는 어느날 사람으로 가득차있던 버스에 있던 로리는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가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를 찾아 헤매던 로리는 결국 그를 찾지 못하고 1년이 지나버리고, 그를 단념해간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함께 살고 있는 세라가 애인이라며 데리고 온 남자가 바로 1년전 반했던 버스정류장의 그남자였다!

로리는 자신만 첫눈에 반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그 역시 로리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친구의 애인으로, 애인의 친구로 지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가며 세밀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러브액츄얼리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게 비견되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야할 로맨스 소설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영국에서 출간한 즉시 전 세계 28개 국에 판매되고, 리즈 위더스푼은 소설을 읽고 "이 폭풍 같은 로맨스에 휩쓸릴 준비가 됐나요?"라고 소개하며, 그녀의 많은 팬들로 하여금 이 소설을 읽게 했다고...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으로, 애인의 가장 친한 친구로 만나버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켜켜이 쌓여가고, 그때 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에 대한 후회와 서로에 대한 겉잡을 수 없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서로를 잊지 못하고 지낸 10년의 세월동안 세라는 다른이와 결혼을 하고, 잭과 세라 역시 헤어짐의 수순을 받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돌고 돌아 먼 세월의 길을 돌아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나는 로맨스소설과 썩 친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읽는동안 답답함을 좀 느꼈는데, 왜 그때 좀더 일찍 솔직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좋아하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 네 애인이 사실은 함께 찾아헤매던 그 버스정류장의 그 남자야! 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면 일말의 죄책감없이 깨끗하게 잘라내고 잊었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주인공들의 감정에 이입하는게 아니라 제 3자의 중립적 입장으로 "야 니네 그러면 안돼지~"의 시선으로 읽어서인지 로맨스를 느끼기에 부족한 내 감성은 자연스레 윤리와 도덕,우정,의리, 배신으로 이어지는 감성파괴자가 되어버렸다. 아하하;;; 그럼에도 약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책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뻔한 로맨스와는 달리 먼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나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애틋하고 애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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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가 느끼는 감정선이 섬세해 이젠 좀 이뤄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모든것은 타이밍이고 찰나다 라는 말처럼 잠깐의 망설임과 잠시의 엇갈림은 정말 큰 파장을 일으키고 후회를 남기지만, 그것이 감히 잘못되었고 왜 그랬느냐고 누가 감히 탓할 수 있을까.
결코 단순할 수 없는 삶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었다.
(나는 감성적인 면을 좀 더 키워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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