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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시급 900원을 위해 파업을 했을 때 어느 누구도 그들 편에 서지 않았다. 한결같이 이기적인 그들을 비난했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의 티끌만 한 이익을 위해 거대 도시의 전력 생산을 마비시키는 짓을 했다. 그들은 도수관을 에워싼 삿갓조개보다 더 끔찍한 존재였다. -삿갓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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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전원 구조된 것이 아니었다. 믿기 어렵지만 그것은 단순한 오보였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누구도 구조되지 못한 채, 그 큰 배는 그대로 가라앉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구조를 못 한 것인지, 실은 안 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전원 구조 오보를 냈던 언론에서 제대로된 정보나 뉴스를 기대할 순 없었다.-청소기의 혁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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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자: 엘리베이터 수리를 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은 누나에게 손을 벌려 전세를 살다, 어느날 상가를 주거용으로 바꾼 집에 매료되어 많은 대출을 내고 집을 매매해버린다. 대출금과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실공사들을 친구가 하나둘씩 꼬투리잡기 시작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입주민의 눈치를 봐야하고,심지어 구청 단속에 피해 지내야만한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근린생활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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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은 통일: 퇴직후 태극기부대의 일원이었던 한 노인이 자신의 퇴직금뿐아니라 대출까지 내서 북한 호텔공사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 사기성 짙은 부동산에 불안에 하며 어떻게해서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며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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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산림청 하청업체에 소속된 주인공은 저장드럼을 특수트럭에 실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묻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예뻐하던 동생이 암에 걸려 죽고, 매제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 죽음이 자신이 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폐기물로 인한 죽음들, 그리고 한개인이 이길 수 없는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삿갓조개: 몇년 전 쌍용자동차 파업을 진압하던 사태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은 수력발전소의 도수관에서 자라는 삿갓조개를 떼어내는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하는 중 산소가 부족해 산소통을 달고 일을 해야할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데다 심지어 그 일을 하다 죽은 이들이 여럿이지만, 어느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도수관안에서 지내며 파업을 결행하고, 발전소측에서는 강제진입을 실시하는 등의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이고, 파업을 진행하던 이가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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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 여인들: 박카스 성매매 노인과 월경전 증후군으로 도벽을 가진 여성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다. 등산객을 상대로 매춘을 하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쳐 판 돈으로 근근히 먹고 사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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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의 혁명: 획기적인 바람개비 청소기를 개발해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금은 자신이 만들었던 청소기의 재고상품을 파는 판매사원의 이야기다. 모두에게 외면당했으나 자신만의 소신과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는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먼지통안에 담겨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흔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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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으로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약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통이 담겨 있고, 겨우 집을 마련했으나 오롯이 내것일 수 없었던 환경과 앞으로도 억압된 생활을 할거라는 예견이 담겨 있으며,기업의 비양심적 폐기물 처리로 인해 누군가가 죽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모두에게 외면받는 한 외판원으로 인해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가 아이의 흔적을 발견하는 따뜻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6편의 내용들이 어찌나 우리사회의 이면들을 여실히 보여주는지 제법 호흡이 긴 책이었다. 한편 읽고 쉬었다 또 한편 읽고 쉬었다의 반복이었달까. 아름답지 않은 사회의 모습, 철저하게 외면당한 이들의 모습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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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얼마전 철도노조파업이 있었다.
그 파업에 불편을 토로하며,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출퇴근, 중요한 약속들이 미뤄지면서 많은 피해들이 있었다는 것 역시 배제할 수 없지만, 그분들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한번쯤은 생각해봐주었으면 좋겠다.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이들의 살고자하는 목소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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