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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끝은 하향곡선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려 짐작한 시간에 도착하지만, 어떤 끝은 중간에 툭 잘려나간 채 손쓸 방도 없이 찾아온다. 번화가 근처에 살다 보면 갑작스레 도려낸 듯한 '끝'의 현장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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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한명의 소울메이트를 가지는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서로가 가장 잘 맞는 교집합 위에서 적재적소의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 역시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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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 그들이 '타인'임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선을 긋고 진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건네는 따뜻함을 응당 받아야 할 마음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친구'라는 이름에서 기대를 덜어내고, 서로에게 더 좋은 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에서의 자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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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은 언제나 떠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이지만 떠나 보내는 사람에게도 그것은 새로 서는 일이다. 이제 당신의 사랑과 조언 대신 내 판단과 마음을 믿겠다고 선언하는 자식을 잘 놓아주는 것. 거기서 오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잘 컨트롤하는 것. 배운 적 없는 감정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선 오햇동안 잊고 살던 '나'를 건져내어 단단히 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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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루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돌이켜보면 나는 소확행을 오랫동안 오해했던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행동과 환경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기보다 눈앞의 욕구를 합리화하기 위한 용도로 가져다 썼다. 특히 불필요한 소비로 마음이 불편할 때 좋은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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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인 고민은 두 팔로 꽉 끌어안기에도 벅차서 쉽게 두 눈을 가린다. 우리는 그저 순간의 판단에 의지해 뒤뚱뒤뚱 발을 뗄 뿐이다.
아마 시간이 흘러 지금의 궤적을 내려다보면 역시나 드라마같은 시절이었다고 회상하게 될 것이다. 건조하지만 나름대로 근사한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우리의 마음은 과거 앞에서 무른 복숭아처럼 말랑말랑해지곤 하므로.
어쩌면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며 해석과 의미를 덧그리는 것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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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비싼 집값에 기숙사와 사택을 전전하다 7년만에 지하철역에서도 먼 언덕위 낡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음에 들어 계약한 집은 곰팡이가 가득하고, 보일러가 잘 작동하지않아, 집안에서도 오들오들 떨며 지내고, 여행에서 돌아오니 보일러가 동파되어 물이 터져 집안에서 폭포를 경험하는 등의 짠내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고,서럽고 한숨나오는 일상중에서도 즐거움을 찾는다.
녹록찮은 현실에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나만의 공간에서 이겨내고 살아가며 행복해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 모든이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독립을 준비하거나, 이미 독립한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자아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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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독립했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했고.
처음 엄마와 떨어질때 둘이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생각이 난다.
나는 몸은 부모에게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독립하지 못한채 의지하고 있는것 같다.
앞으로도 쭈욱 그럴것만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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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집에 분명 나만의 공간이 있음에도, 오롯이 내 공간같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공간이기에 내 공간일수가 없기 때문이겠지만, 가끔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부터 내 공간이었던 때가 그리울때가 있기도 하다.
이제는 아플때도 혼자가 아니라서 덜 서럽고, 내가 좋아하는 고기를 함께 먹고, 매일밤 함께할 야식동지가 있고 그사람과 하루의 일과를 나눌수 있어 좋지만, 다시는 독립해 혼자사는 일이 없을것 같아(없겠지란 확신을 가지고...ㅋㅋ 그리고 없어야..하겠지?;;)가끔은 이십대의 그때가 그립다.
저자의 말처럼 “개미똥만 한 월급일지라도 나만의 세계는 필요하니까.”말이다.
꼭 독립이 아니더라도 위안받고 쉴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모두에게 꼭 하나쯤은 있기를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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