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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ㅣ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그렇구나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결코 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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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엄마는 별 동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아픈 곳 없이 건강히 잘 산 것만 해도 어디냐. 고마운 일이지.”라고 하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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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원하는 대로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삶은 다 포기해야 한다는 건 내 방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정답이 다른 가족들에게 역시 정답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내 선택을 모두가 도와주고 지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치 모두가 자기가 선택한 답안대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사 아니었나. 그 이후로 나는 일체의 기대를 접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용서 또한 하지 않기로 했다. 용서할 일이 전혀 없다고 하기에는, 혹은 서로의 기준이 다르니 용서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에는 내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다. 용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건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는 걸 내가 계속 기억하게 만들 방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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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세번째 여행,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여행-50세 딸과 80세 엄마가 한 달 동안 남미를 돌아다니다.
두번째 여행-췌장암 말기 진단으 받은 엄마의 마지막 7개월을 함께하다.
세번째 여행-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삶과 만나다.
80세의 노모를 모시고 남미로 떠난 한 달간의 여행 이야기에 무척이나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마음만 있는 일, 하지만 사는게 녹록찮고, 바빠서서 혹은 부모보다는 새로 만들어진 내 가정이 더 중요해져서 늙은 부모는 늘 뒷전이기 마련인데 저자는 엄마와의 여행을 실천하고, 엄마가 떠나기 전 행복한 추억을 선사한다.
여행 후반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던 노모는 귀국 후 병원에 가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그렇게 투병생활이 시작된다.
가족의 지지와 도움은 미비했고, 저자는 오롯이 엄마의 모든 투병생활을 책임지며 생활하면서도 엄마이기에 당연하단 생각으로 감내한다.
너무나도 힘든 간병 생활을 견뎌내고 버텨내고, 그렇게 엄마 곁을 지킨다.
엄마가 떠난 후의 엄마의 삶을, 한 여인의 삶을, 아내의 삶을 거슬러 올라 그녀를 추억하고 그녀를 추모하고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네며 엄마의 죽음을 고스란히 받아드린다.
수녀이자 시인인 이해인님의 말처럼 엄마를 추억하며 써내려간 에세이에서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싶어진다는 말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