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염승숙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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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이든 진실은 어디로은 가버리고 시간에 마모된 인간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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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할 수 없는 지점을 갖는다는 건 슬픔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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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가닳을 수 없는 곳으로 가닿고자 하니까 인간은 슬프지....도달하고 싶지만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을 살면서 마음속에 품고만 있어야 하니까 인간은 슬프다.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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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일으켜세울 수 없고 결정적으로 내 안에서 뭔가가 죽어버렸다는 것만을 인지했다. 내 안에서 어떤 빛과 같은 것이 순식간에 꺼져들었고 나는 순순히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감길 반복하며 살아가게 될 거야... 그런 불길한 예감만이 비바람처럼 나를 휘감고 젖어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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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비극을 지렛대 삼아 양지로 건너온 나의 걸음을 돌아봤어야 했다고. 속죄해야 했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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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복원되어야만 한다. 거듭 반복되는 복원의 무한속에서 복원은 그저 한시적인 재현일 뿐, 소설이나 상실을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니 회복이란 더더욱 가능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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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 짐작에 짐작을 거듭해, 최선을 다해 오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사랑한다는 건 그래서 그의 고통을 짐작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그러니 어쩌면 짐작만이 삶의 전ㅂ이며 짐작하는 인간은 고독하다.
고독은 이미 저멀리에서부터 함께 온 것. 누구에게나 얻에서나 고독은 오래전의 것이었고, 이 순간의 고독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모두가 정처 없이 상처로 얼룩졌던 그때 그 순간의 고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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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알기 위해 짐작해야 할 테고 사랑하기 위해 오해해야 할 것이며 고통을 이해한다고 믿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사의 행과 불행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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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라고, 애쓸것 없다고, 인생은 그저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적지나 종착지도 없이 달려나가는 행위라고,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며 인간은 누구나 끝내 지쳐버리고 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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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치지 않아볼게, 네 말대로 이렇게 되어오는 동안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모두 다 나의 탓은 아닐 테니까. 이건 자책이 아니야.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애. 이해하고 오해한 고독의 시간들을 내 것으로 그려 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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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때로 잔인한 구석이 있다. 지치지도 않고 반복해서 처음인 듯 재생되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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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5년차의 작가지만 사실 염승숙 작가는 내겐 좀 낯설다.
그녀의 단편 하나정도는 읽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단편집임에도 읽는 속도가 더뎠던 이유는 우리 시대의 상실과 아픔을 그려냈기에 묵직해서였다.
한편 읽고 며칠 쉬다 한편 읽고의 패턴이었달까.

등장인물들은 무심한듯 하지만 상대를 신경쓰며 배려하고, 시종일관 하나같이 쓸쓸해보인다.
소설속 사회는 우리사회와 다름없이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고, 잔인하고 모욕을 주는 행위를 일삼는 곳으로 표현된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서의우울함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에서의 좌절감 속에서도 인간은 고군분투해가며 버텨내고 또 살아간다. .
.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라는 제목과는 역설적이게 소설속 내용은 어둡고 쓸쓸하고 아픔이 가득하지만 그에 반대로 작은 행복이나 아름다움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치해두었다.
꾹꾹 눌러담은 섬세한 감정표현들이 먹먹함을 가득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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