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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 ㅣ 평화 발자국 21
박건웅 지음 / 보리 / 2018년 4월
평점 :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정신적 고통이란, 바로 내가 살아 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이 있습니다. 그것은 몸 한 귀퉁이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암세포와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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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가거라 빨리 가거라
내 슬픔을 안고 빨리 가거라 멀리멀리 세월아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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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참고 산다는 것, 그것도 소리 죽여 산다는 것.
억울함, 분노, 그러한 감정들을 참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니 남은 것은 어느 것 하나 망가지지 않은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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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쩌면 이번에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며 비장한 모습 보이던 네가 잡혀간 후 면회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대법원 상고기각 스무 시간도 지나지 않은 봄날의 새벽 동지들과 함께 살해당하고 말았지.
그 처참한 학살의 분노 어떻게 삭히며 살아야 하나
해 지는 네 무덤 서산 노을 고운데
져서 아름다운 저 노을보다 차라리 살아서 감옥에 갇혀 있는들 이리 가슴 저리지는 않으리
눈물 흐르지는 않으리
너 가고 없는 수많은 나날들을 나는 무엇으로 너를 기억하며 살아야 할까
네가 싸워 왔던 막막한 권력 앞에서 무엇으로 견디며 살아야 할까
짧지만 아름다웠던 네 생애를 어떻게 지키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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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조작사건 사형수 8명의 유가족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는지..
그들은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오빠였고, 형이었고, 동생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누군가의 가족이었을뿐인데, 박정희정부는 그들을 "빨갱이"라고 누명을 씌우고, 가혹한 고문을 하고, 결국 사형시켰다.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집권이 흔들리고, 유신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기 시작하자, 폭력을 선택했다.
나라가 아닌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히틀러처럼 대학살을 감행한 박정희를 여전히 칭송하고 그 사람의 딸을 치켜 세우며 대통령 자리에 앉힌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일들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박정희는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킨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살인자일뿐이었다.
인권과 생명을 짓밟고, 그저 피에 굶주린 짐승만도 못한 놈...
그리고 그의 딸은 국정을 농단하고,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이 죽거나 말거나 관심갖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가질뿐이었다.
그런 사이코패스들에게 우리는 두번이나 나라를 내주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극기부대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족을 빼앗긴 유족의 심정을 감히 누가 알까.
이 책에는 돌아가신 여덟분의 가족과 지인들의 증언들이 담겨 있다.
그때 그 시절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명과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을지 짐작도 해볼 수 없지만, 그분들 덕에 우리는 민주사회를 살고 있는거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참 아픈 책이었다.
만화로 그려져 아픈 감정을 더 고조시키고,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잊혀져가는 인혁당 사건. 잊어서는 안되는 일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이 만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어느 날 불쑥 또 다시 우리에게 찾아왔던 유신의 '추억'을 돌이켜보며 더 이상 침묵하는 방관자로 살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표지에는 여덟분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꽃들을 그렸습니다. 봄날 새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봄이 오면 우리 곁에 살아오시리라 믿습니다. -박건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