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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평점 :
우리에게는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며, 우리는 혼자 있을 시간이, 타인과 깊숙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외부에서 주어지는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모든 근육과 감각을 사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라건대, 많은 사람이 동료들과 함께 정말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기획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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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상식, 도덕, 양심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욕망을 억누르라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이건 괜찮을까, 이건 참아야 할까 갈등하다 결국 위축되고 만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실제 행위를 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규범이나 도덕, 상식 따위의 잔소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굳건히 관철해나가라. 그러는 동안 방해되는 것, 쓸모없는 것, 불필요한 것은 자연히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 그저 굳게 결심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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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민해도 자신에게 '굿'이면 '굿'인 거다. 그건 영원하다. 숨길 수도 없다. 그래서 니체는 정당화의 비유를 덧없는 것들에 대한 찬미라 했을 것이다. 남들에겐 덧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느끼기에 굿이라면 영원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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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이란 외재적인 마주침을 통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자유로운 주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움'과 '집착 없음'이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 이는 동서양을 초월하는 철학이다. 나가르주나가 세상을 '공'으로 보고, 장자가 '비움'을 강조하고, 마르크스가 '마주침으로 인한 사람들의 연대'를 중요시하고, 레비나스가 '타자와의 책임'을 강조하고, 알튀세르가 '지속적인 마주침'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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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나는 왜 하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것일까?
2장 우리는 속았다
3장 반자본주의적 삶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4장 오늘 내가 비루하다는 걸 안다는 것
5장 왜 나는 자유를 원하는가
6장 어떤 충동까지 버틸 수 있는가
7장 나 자신에게 착하게 살자
8장 삶은 마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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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힘겨워하던 저자에게 철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주었다.
평범이라 치부했던 일상에 비범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철학에 고맙다고 말할만큼 철학은 저자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삶을 밝혀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저자의 치열했던 삶의 경험에 접목시킨 철학들은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하고,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어렵다고 느낀 철학이 이토록 삶의 다양성을 제시하고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철학자들이 나왔지만, 특히 마르크스와 니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불확실한 삶과 불안정하고 고된 삶에 대해 마르크스를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며, 니체나 알튀세르 등의 철학을 통해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하며, 성공을 지향하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 시대에 제법 깊은 울림을 주었다.
꼭 성공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후회없을 만큼의 노력을 하고,
물질만능주의가 아니라, 숨겨진 노동의 가치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유명철학자들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나만의 철학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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