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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평점 :
한쪽만 버텨서 유지되는 관계가 대체 무슨 관계예요?
감정적으로 한 단계 올라설 자신이 없다면 이쯤에서 물러서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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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고 사니?"
주영이 아폴로를 발견하고 나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정말이지 다채로운 톤으로 들어왔다. 영하 40도의 무시, 영상 23도의 염려, 70도의 흐느낌, 112도의 분노로.
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처절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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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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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내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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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도,심해를 헤매고 있어도 이어져 있는 보고 싶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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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동안 함께 한 연인 한아와 경민.
언제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경민에 한아는 늘 불안해하고, 관계 지속에 의심이 생길무렵, 여느때처럼 캐나다로 훌쩍 떠났던 경민은 여행을 다녀와 전혀 딴 사람이 되어 있다.
한아만을 바라보고, 한아의 모든것에 집중하게 되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던 한아는 초록빛을 내뿜는 경민과 마주하게 되고, 그가 2만 광년 멀리서 온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여행 티켓을 얻은 진짜 경민은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버리고, 사랑을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은 한아곁에 경민의 모습으로 남는다.
싱어송라이터 아폴로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지지하는 팬클럽 회장 주영은 캐나다 여행 후 감짝같이 사라진 아폴로를 찾기 시작하고, 그가 우주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배달된 우주로의 초대장.
그를 향한 사랑에 망설임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로 떠나는 주영.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한아만을 위해 날아와 그녀만을 사랑하는 외계인 경민과 아폴로의 우주에서의 초대장에 마찬가지로 위험을 무릅쓰고서 그 초대에 응해 떠난 주영.
맹목적이면서도 너무나 지고지순하다.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야 내가 가진 모든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정세랑작가님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사랑스럽기만 하다.
지구에서 한아뿐이 아니라 정말 "우주에서 한아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한아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외계인 경민의 설명에 나 역시 "이런 사람인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소중히 하고, 타인의 추억과 기억을 소중히 하고, 생명을 소중히 할 줄 아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
사랑만으로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책 구절에는 동의하지만, 저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버리고 떠난 진짜 경민이는 똥멍충이라는 생각이;;;;
결국은 어떤것이,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되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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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친환경인 사랑이야기라니...
이런 책은 절판되면 안되지~~!!!
10년만에 새로이 편집되어 출간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반갑기만한 책!^^ 역시 정세랑답다!
이렇게 친환경적 말랑말랑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쓸 수 있는 그녀만의 능력!
한번빠지만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녀만의 매력적인 스토리!
"지구에서 한아뿐"인 정세랑 작가님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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