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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무기력 상태는 어리석다.
무엇이든 노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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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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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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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나 자신은 너무 보잘것 없는 존재라고,
그러나 남을 위해 쓰려고 할 때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귀한 것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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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발을 딛고 설 것인가. 답은 자명하건만 그 자명함 앞에서 매일을 서성인다.
서성임, 그건 자기연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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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시간은 네가 알 바 아니다. 무엇이 기다리는지, 무엇이 다가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열려 있다. 그 열림 앞에서 네가 할 일은 단하나,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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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끝까지 사랑했음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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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다시 다가온 하루. 또 힘든 일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다시 도래한 하루는 얼마나 숭고한가.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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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사랑의 주체다. 사랑의 마음을 잃지 말것.
그걸 늘 가슴에 꼭 간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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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전까지 글을 쓰셨다고 한다.
죽음을 앞 둔 그가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든 것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살고 싶어했는지가 느껴져서 읽는 동안 눈물이 났다.
감정에 호소하며, 나는 더 살고싶다고, 아직 못다한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매달리는 것이 아닌,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드리면서 삶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넘치도록 표현한다.
아픔과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미련이 곳곳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그 또한 마음이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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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떠났는데도, 나는 그가 건강해지기를, 살아주기를 읽는 내내 바라고 또 바랐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슬픔은 어느만큼의 크기일까.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나야 하는 그의 슬픔은 어느만큼의 크기였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죽음을 앞둔 철학자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아닐까.
책장을 넘기는것이 애달프고,
남은 책장이 줄어들수록 사그러드는 그의 삶이 느껴져 먹먹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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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정신으로서의 사랑.
남은자들이 이루어야할 과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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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라는 그의 글처럼, 나 또한 귀하게, 우아하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