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쳔변에 나가 빨래를 해 와서 널고, 보리방아를 찧고, 무채를 썰어꿰어 말리고, 시간이 남아 정주간 황토 칠을 싹 새로 하고, 식구들 밥상을 올리고, 야학에 나가려는 전빈을 배웅하고, 밤불을 홧확하게 때고, 큰할머니부터 형님네까지 문안을 돌고, 방에 들어앉아 관솔불을 밝히고 식구들 옷깃을 뜯어고친다. 이만하면 오늘도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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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국가에 살기를 바랍네다. 내 손으로 어서 그래하고 싶었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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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으면 나라만이 아니고 말도 잃고 얼도 잃는 거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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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윤심덕의 사의 찬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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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다. 살아 있기는 고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살아 있기만 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장차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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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구와 그와 같습네다. 임금 안정과 노동자의 인격 대우가 우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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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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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는 않습니까?
뉘기 하나 죽지는 않을까 무섭습네다. 내 목숨이 꺼지는 것도 무섭구, 다른 이가 죽는 것도 무섭습네다. 사람이 죽는 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놈들이 무섭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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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지 않는 이들에게 곤봉을 휘두르지 말라. 우리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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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룡이란 이름에 사실 나는 소설속 주인공 이름정도로만 생각할정도로 무지했었다.
강주룡은 실제 인물로 "항일노동운동가"였다.
그녀는 평양소재 고무공장의 여공으로 동맹파업을 벌였고 을밀대 고공투쟁 끝에 일본경찰에게 체포되어 단식투쟁 끝에 30세에 요절하고 만다.

1부에서는 그녀의 성장 배경이나 독립운동에 가담한 일이 담겨있다. 꽉찬 나이로 5살이나 어린 남편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간 후 남편을 도왔던 독립운동.
그리고 그 와중에 믿고 의지하던 남편을 잃고 만다.
2부에서는 그녀가 부모의 강제 재혼을 피해 평양으로 도망와 고무공장에 취직해 일하기 시작하고, 차별과 불합리함에 맞서 노동운동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부에서도 2부에서도 그녀는 거침이 없고, 머뭇거림이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당당하게 밝히고, 행동한다.
주체적인 인물로 조금씩 변화해 가는 과정도 실감난다.

처음에는 북한말투때문에 사실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고, 모르는 뜻도 많아 감정이입도 쉽지 않았는데, 읽을수록 그 말투덕에 더 실감나고, 일제강점기의 모습도 소설로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차별과 구타, 인권을 짓밟던 시절의 이야기가 소설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는 사실이 참 마음 아프다.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그들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나은 세상에서 편히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어디선가 체공녀 강주룡에 나오는 이들처럼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이 있을것이다.
"저항하지 않는 이들에게 곤봉을 휘두르지 말라. 우리는 죄가 없다." 라고 한 강주룡의 말처럼,그들은 죄가 없다.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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