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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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은 그런 시간들이 계속, 평생에 걸쳐 쌓인다는 거야. 쌓이다 보면 큰 차이가 나는 거고.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아? 당신 할아버지 제사잖아? 난 만난 적도 없는 분이야. 왜 효도를 하청 주는데?" -웨딩드레스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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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도망치고 도망치는 인간인데 그러면서도 줄곧 좋아해온 건 단것밖에 없지 않은가 했어. 태어난 곳으로부터, 소속된 모든 집단으로부터, 제대로 된 관계로부터 도망쳐왔어.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 남보다 못한 가족들과도 어떻게든 연을 이어가려고 애쓰고, 처음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내고, 지옥 같은 회사를 개선시키고, 성격이 안 맞는 애인과 다투고 다퉈서는 안정적인 관계에 다다르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어.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도망쳤어. 위기의 순간이 오면, 핑글 돌아서 쉬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지. 정말은 위기의 순간이 오기도 전에 도망친 걸지도 모르고. -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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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실 보풀 같은 것을 들고 보물이라고 말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알다시피 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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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원했어. 탈출을 원했어. 계급 상승을 원했어.
그 모든 것의 답이 결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옥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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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람 이야기는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 너의 운명적 사랑을.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기이한 수단을. 옥상에서 만나, 시스터 -옥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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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악독하지만 어떤 때는 갑옷이기도 하잖아. 조직 밖의 사람들은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세상이랑 싸운다고 -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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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은 모멸감을 잘 뎐디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 영원히 77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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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정세랑작가의 단편집.
이번에도 참 다양하고 재미있고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역시나 신선하고 참신하다.
단편 모두가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유쾌한 요소들이 툭툭 튀어나올때마다 역시 정세랑작가답다 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판타지같은 요소들이 단편 곳곳에 묻어나지만,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기도 한다.
결혼제도에 대한 문제, 이혼, 비혼, 페미니즘, 열악한 노동현장, 과로사, 돌연사, 안전권 등등의 이야기들을 과격하지 않게 조곤조곤 풀어내고 생각할거리들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다정하고 유쾌한 작가.
한 작가의 단편들을 색채가 비슷해 집중하기 어렵고, 장편보다 읽는 속도가 더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기발하고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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