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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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늙어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
어떤 것들을 보면 아픔을 느끼는데,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머리를 휘날리며 긴 다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그들은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또 어떤 것들은 나를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문이 그렇다.
열차가 정지하고도 한참 기다려야 문이 열린다.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 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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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11년만에 떠오른 문학천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가제본.

세번의 결혼, 네 아들을 낳은 후 싱글맘으로서의 삶, 알코올중독자였던 그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단편집이라 그런지 책은 시종일관 어둡다.

그녀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원, 병동 사무원, 청소부, 간호보조 등의 다양한 일을 해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단편들은 그녀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녀가 했던 일에 대한 이야기들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절히 섞여 있다.

밝지 않은 소재들을 통해 사회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그녀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자신의 자서전을 짤막짤막한 단편으로 만들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고단했을 그녀의 삶 속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놓지 않고 있던것이 글이었기에, 그녀는 건강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다행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한 내용이 아닌 자신의 일상들을 투박한 감정표현으로 툭 내뱉은 듯한데, 또 세밀하고 적나라하다.
각양각색의 슬픔과 사정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짤막짤막한 단편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만큼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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