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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브라, 기억의 원점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5년 10월
평점 :
기억에 대해 거짓말하는 게, 혹은 거짓 기억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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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가 오고 있는 것만큼 확실한 건, 확실하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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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수 없는 일을 기억하려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는 것은 어리석음이란 이름의 투기장에서 가장 위대한 라이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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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송두리째 잃은 한 남자가 키브라라는 호텔방에서 눈을 뜬다.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각기 다른 4장의 신분증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모두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연쇄살인범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조금씩 진실에 다가간다.
키브라 호텔에서 눈을 뜬 시점 3월 28일부터 6월 13일까지의 기록으로 일기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고액을 예치시켜놓은 호텔, 자신의 고급세단, 운전기사, 배후의 누군가, 의문의 인물들 등이 등장하면서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는데 전개가 참 흥미롭다.
범인이든 범인이 아니듯 중요치 않은 묘한 무언가가 끓어당기는 힘을 가진 소설이랄까.
그의 진짜 시간, 진짜 기억은 과연 무엇일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키브라 호텔 방에서 기억을 잃은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여기까지만 써야지~ 스포가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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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기억을 믿지 못하며 남기는 일기들은 과연 한치의 왜곡없는 기록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신념은 과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일뿐인걸까.
기억과 시간, 그리고 기록에 관한 이 이야기는 어렵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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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은 소설은 세계가 자신을 기록하지 않는 부조리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리 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고발이자 처방이 된다-문학평론가 장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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