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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평소 같으면 울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물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가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부풀어오르고 쪼그라들고 두드려 맞고, 쥐어짜지고, 다시 부풀어오르고 쪼그라들고 두드려 맞고, 쥐어짜지고, 데둘데굴 굴려져서 약간의 자극만 가해져도 터질 만큼 약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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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사소한 선택과 짧은 말 몇 마디였을 뿐인데."
그래도 세상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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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이거나 이용하려고 그런 거짓말을 한 게 아니야.
거짓말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서 괴로운 현실에서 멀어지고자 한 거지. 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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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짓말에 의지하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슬픔이나 괴로움에서 멀어질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겠지.
하지만 우리는 약하니까 그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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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약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약하다'를 '강하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받으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믿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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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건 싫지 않아. 싫기는커녕 가끔은 아주 마음에 들어. 이 라디오도, 방에 진열해둔 라디오도 가냘픈 소리밖에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귀를 기울이면 참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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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약하고 불완전하다는 게 자랑스러워. 약하고 불완전한 것은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산증인이 되고야 말겠어."
새처럼 하늘을 날아보라고 해도 그런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인간은 하늘을 나는 걸 꿈꿀 수 있다 소망할 수 있다. 그러한 꿈과 소망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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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반드시.
언젠가 반드시.
결심 같기도, 희망 같기도, 강한 욕구같기도 한 감정으로 온몸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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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목소리와는 정 반대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라디오 디제이 기라하타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조금 특별하고 재미있게 각색해서 라디오에서 사연을 방송한다.
방송이 끝나면 단골인 "IF"라는 바에서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만난 단골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독특하지만 수상쩍은 여성이 들어와 그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조금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책의 마지막 쯤에 펼쳐진 IF 친구들의 이야기들이며, 주인공 이야기까지 스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서로가 보듬고, 배려하고, 위로하며 그렇게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들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거짓말인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 말들에 위안받고, 힘을 얻는 경우들이 있듯이, 이 책 또한 하얀 거짓말을 통해 그들을, 그리고 독자를 위로한다.
미치오 슈스케의 전작들을 몇권 읽은 나로써는 전혀 다른 분위기들에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 나름의 매력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좋았다.
보호색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카멜레온처럼 하얀거짓말로 자신을 숨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듯한 투명카멜레온처럼 가끔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거짓말도 좋을것만 같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 가득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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