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치기 쉬운 삶 파란시선 32
정다운 지음 / 파란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괜찮은지 아닌지는 그 사람이 결정하게 두시고
마음속에 있는 말은 마음에게만 하시고
ㅡㅡㅡㅡㅡ
하루가 끝나서 돌아올 때
집 앞에 서 있는 거짓말 같은 한 명이
피곤한 나를 기다렸다고
슬퍼도 견디는 나를 이해한다고

희망의 얼굴은 어찌나 잘생겼는지
발랄하게 살아가면 누군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
.
.
정다운의 시집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인은 삶에서 찾아드는 굴욕과 고통, 폭력과 기만의 순간을 불행의 언어로 맞붙잡아 끝까지 피투성이 싸움을 그려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격은 타자에게 입사하여, 끔찍하게 깨지고 망가진 자의 체험과 추체험, 그러니까 밑바닥에 고여 있던 상처나 얼룩처럼 번져 나간 일상의 비루함과 지리멸렬함을 한껏 들어 올려 매만지면서, 환멸과 절망도 하나로 붙여, 날것 그대로 표출하는 저 언어의 쓰임에서도 발생한다. 페이지를 열고 또 닫으며 작품을 읽는 내내, 우리는 이 시집의 화자가 토해 내는 팽팽한 긴장과 고통을 일상 속에서, 일상적인 어투로,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고, 망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자들의 운명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과 학대의 통증을 삶의 여러 장소에서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경험한다. 그러나 시집이 뿜어내는 아픔과 고통의 정체는 오히려 폭력을 기술하면서, 폭력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행위, 나아가 이로 인해 야기되는 다소 기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충격에도 빚지고 있다고 해야 한다. 비열하고 미천하고 배제되고 은폐되고 추방당한 것들은 그리하여 그것을 기록하는 자와 그것을 직접 경험한 자 사이의 공교로운 사건처럼 시집 안에서 자주 엉켜 교호하며, 그렇게 빚어지는 교란의 틈으로 흘려보내는 고유한 목소리의 공간에 우리를 표류하게 한다.
-문학평론가 조재룡-

작가님께서 "표지가 예쁜 풋사과색깔이라 받으셨을때 기분이 좋아지시길 희망합니다." 라고 하셨었는데
정말 받자마자 책표지 색깔에 우와~ 하면서 산뜻하고 상큼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허나, 반전(?)으로
문학평론가 조재룡님의 글처럼 시집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나쁜 의미의 당혹감이 아닌)
한장 한장 넘길수록 인간 내면의 어두운 밑바닥이 드러난다.
어둡고, 무겁고, 처절하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글의 무게감이 참 좋다.
아름답지 않은 삶의 이면까지 고스란히 남겨 있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생각하게 하는 시.
묵직한 울림이 있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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