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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 기독교란 무엇인가, 전면 개정판
박철수 지음 / 대장간 / 2015년 3월
평점 :
세월호와 가라앉은 것은 국가만이 아니었다. 교회도 가라앉았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난 교회의 민낯들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현실 도피적인 동시에 개인적이며 철저하게 세속적인 교회의 얼굴 말이다. 까닭에 대부분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갈수록 심해의 고요를 느끼며 적막하고 고립된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가는 한국교회를 인양해낼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떻게 인양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을 주는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이 절반 넘는 분량을 할애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 찾기였다. 하나님 나라는 무엇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된다는 것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딴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회개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메시지로 회개를 말씀하셨다. “때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1:15)” 예수님께 맞춰 존재의 모든 측면-삶의 양식, 태도, 사고방식 등-을 철저하게 바꾸어, 완전히 딴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러한 회개는 매우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작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회개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선결작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전환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총제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5장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6-9장에선 이미 시작된 그러나 완성을 기다리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10-16장에서는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실천적인 삶에 대해 가난한 자, 정치, 생태계, 안식일, 교회, 종말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가 내용들을 다루는 방식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초대교회의 회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4장 하나님 나라와 회개(2), 금융자본주의를 폐해를 말하는 10장 하나님 나라와 가난한 자, 정교 분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루는 11장 하나님 나라와 정치,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종말론에 대해 다루는 16장은 매우 와닿고 유익하고 신선했다. 이 책 덕분에 내가 하나님의 백성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님 나라는 죽은 다음 가는 천당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Now and Here) 생명과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며, 나아가 자유의 나라, 정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나라이다. 이것을 모른다면 이 땅에서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없다(p31).” ‘I-my-me-mine’의 자기중심적 세계를 벗어나려는 분투가 필요하다. 그래서 성경 최대의 주제요 예수님의 핵심 메시지인 하나님 나라에 대한 관심, 우리에 대한 관심, 가난한 자들에 대한 관심,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가라앉은 채 누리는 심해의 적막함으로부터 우리가 인양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전인적이고 총체적이고 세계적이고 우주적이다.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개인과 내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는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지향이다. 교회는 이 땅에 새로운 세력이요, 세상 나라에 침투하여 갱신하고 변혁하는 세력이요 모임이다(p34).” 한 걸음 물러나서 수동적으로 관망하고만 있는 것은 악이 승리하는 데 일조하는 것일 뿐이다. 갱신된 이 땅 위에 세워질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교회는 적극적으로 세상 나라에 침투하여 갱신하고 변혁해야 한다. 어떻게? 먼저, 이 책을 읽는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지? 아울러, 신앙은 사적영역에 속한 것이라 여기게 만드는 사단에게 속지말고, 적극적으로 신앙을 공적자리에 끌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윌버포스가 ‘노예제’라는 잘못된 사회체제를 바꾸기 위해 분투하고 승리한 것처럼 잘못된 체제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하나님 나라인 것이다.
자신의 연약함과 우리의 부족함 때문에 아프고 신음할 일이 많은 이 시대이다. 하지만 “오직 신음하는 자만이 신앙을 가질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의 신음과 고통이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본질로 돌아가서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의 몫이다.
하나님 나라는 죽은 다음 가는 천당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Now and Here) 생명과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며, 나아가 자유의 나라, 정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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