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풍성한 속눈썹이 인상적인 수의 작화가 아주 수려하다. 페로몬마냥 남녀불문 유혹하는 체향을 지닌 수가 소심하고 예민한 성정이라 체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프닝을 불편해하다못해 직업 선택에도 큰 영향을 준 게 신기하다. 만약 수가 아니라 공이었다면 체향으로 온갖 사람 홀려 놀아나는 겁나 문란한 바람둥이로 설정됐을듯.너무 좋은 체향을 지닌 수와 후각이 예민한 공. 수는 공이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체향에 홀린 게 아니라 본래의 자신을 봐준다는 생각에 마음을 활짝 연다. 처음에 경계했던 게 거짓말같이 아주 쉽게 함락됨. 아직 끝까지 가진 않았다지만 뭐 이미 허락한거나 마찬가지인듯. 수의 체온이 높아지거나 애무당할때 향이 진해지고 미묘하게 달라지는걸 공이 환장하며 달려드는게 꼴림포인트. 수가 공이 자신에게 들이대는게 향기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이 수를 안으며 향을 궁금해하는 데에서 미묘한 불안요소가 있어보여 2권이 기대된다.
제목과 표지에 걸맞는 이야기. 집착이 정병수준인 공과, 어설픈 동정심과 오지랖에 발목잡힌 불쌍한 수의 이야기다. 집착광공 많이 봐왔지만 여기 공처럼 징그러울 정도였던건 없었는데. 어릴때부터 한결같이 질척하고 그악스러워 사람 질리게 만든다. 여기 공 보니 다른 집착광공들은 다들 꽤 우아하게 집착했구나 싶다. 얜 진짜 자존심이고뭐고 내다버리고 애새끼가 바닥 뒹굴면서 악쓰듯이 집착한다. 볼수록 질리고 꺼림칙한데, 그런 성격이 형성된 계기를 알고나니 좀 많이 짠했다. 그래봐야 싸패지만.수는 애가 좀 기가 약한가? 나름 강단이 있나? 아닌가 잘 휩쓸리나? 아리까리한 소시민이다. 공에 대한 연민이 있지만 도를 넘는 언행에 소름끼쳐하고 떼어버리고 싶어하던 어린시절이 꽤 현실감 있었다. 적당히 친절했을 뿐인데 느닷없이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동생이 생겼으니 얼마나 당황하고 부담스러웠을까. 차라리 둔해빠져서 아무것도 못느꼈으면 행복할수도 있었겠는데, 수가 적당히 촉이 살아있고 감이 좋은 평범한 사람이라 공의 감정을 예민하게 감지해서 문제다. 어릴때부터 공을 한결같이 소름끼쳐하고 거리를 두려 하는게 일종의 생존본능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꽤 순진한 구석이 있고 정에 약해 공에게 파고들 빌미를 줌.수가 공을 너무 꺼리는게 이해돼서 대체 어떻게 해피엔딩이 된다는건지 말이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또 그게 되네? 심지어 설득당해버림. 이야기의 몰입감이 좋고 전개가 자연스러우며 공수의 심리 묘사가 섬세해서 상황이 휙휙 바뀌는 스토리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공수의 입장이 다 이해되고 그런 결말이 나는 게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외전의 공 시점을 보니 짠했던 애가 더더더 짠해짐. 마지막까지 읽고 다시 도입부를 읽으니 잔뜩 신경써서 꾸미고 우연인척 아무렇지않게 말 걸었던 공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짐작가서 좀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