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직장인이 되면서 얼굴이나 체격이 변해서 시간이 흐른걸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직 덜자란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부터 어른의 성숙함까지 느낄 수 있으니 좋은 시리즈다. 다 커서도 여전한 수의 덧니가 귀엽고, 어째 가면갈수록 대나무마냥 쑥쑥커서 수와의 키차이가 더 심해진 공도 귀엽다. 수가 체격이 아주 작은건 아닌데 공이랑 있으니 그저 귀엽네.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면서 친근하고도 설레는 동거까지 일사천리였는데 엉뚱한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긴다. 직장인이 된 공의 적응을 위해 외로워도 참고 내색하지 않는 수와, 솔직하게 얘기하고 기대지 않는 수에게 조바심을 느끼는 공. 둘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데 오히려 그것때문이 갈등을 빚게 되는게 아이러니하다. 뭐 결국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로 귀결되지만.파워E와 I의 연애를 보는 듯한 작품. 보통 공이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수가 주도하는게 신선하다. 공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내향적. 근데 수한정으로 폭주도 하고 앞뒤 안가리고 내달릴때가 있어서, 얘가 진짜 쟤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싶고 그렇다. 마냥 밝아보이는 수에게 있던 결핍을 공만이 알아채는것도 좋음. 수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번민까지 끄집어내 갈등을 봉합한다. 참 잔잔하고도 열렬하게 사랑하는구나.이 둘의 얘기는 완결이고 이제 이웃 커플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낸다는데, 솔직히 첫인상도 별로였고 공이 밉상이라 별로 땡기질 않는다. 아니어떻게 연적으로 오해받은적도 있는 상대한테 그렇게 무신경한 발언을 할수가 있냐.. 진짜 별로야.
꾸금도 아니고 권수가 꽤 되는데도(게다가 미완) 구매하게 된건 4권 미리보기가 취향을 저격해서. 모종의 이유로 공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와, 그런 수의 체질을 이용해 수작을 거는데 전혀 느끼하지 않은 공의 산뜻함이 좋다. 작화가 매우 아름답고, 소설 원작이라 세계관 설정 및 캐릭터 조형도 잘 되어 있는데다, 설득력 없이 도파민만 뿜뿜하는 여타 판타지벨에 비해 전개가 빠르면서도 당위성 넘치고 기초가 탄탄해서 구멍이 없다. 여러모로 감탄스러운 수작. 벨이 아니었어도 재밌게 봤을 것 같다.'사축'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일중독자 수의 캐릭터가 독보적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상황파악 및 문제해결에 열중하는, 상사가 매우 좋아할듯한 직원. 그 자신은 그게 자아실현의 일환인마냥 주장하지만 이쯤되면 강박 내지는 세뇌에 가까워보임. 우연히 수에게 휘말려 도움을 주게 된 이후 적극 참견하고 관리하게 된 공이 아니었다면 과로하다 죽었거나 체질탓에 단명했을듯.공과 피치못하게 접촉해야하는 (이 작품이 벨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연유가 아주 설득력이 넘친다. 그로 인해 점점 서로 의식하게 되는 두 사람의 심리 변화도 흥미로움. 공은 인명구조와 측은지심으로 인한 참견이었다지만 매우 초반부터 예사롭지않은 집착을 보여준 걸 보면 처음부터였던 것 같고. 수는 일하기 위해 공의 호의를 이용하면서 깊이 묻어두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진득하게 고민하기 시작. 성녀와 독기의 해결방법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거취와 공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음권에선 감정적인 면에서도 진전이 있을 듯해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