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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제패한 하이얼의 비밀
장다펑 지음, 조유리 옮김 / 스페이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장루이민. 서두에 저자의 그에 대한 존경이 크게 느껴질 정도로 힘있게 썼다. 잭웰치와 빌게이츠를 능가하는 경영인이라고.
적어도 자신에게는.. 일단 시작할 때는 좀 과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하이얼의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은 한국에선 별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과장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정하는 점은 그가 마오쩌둥이 문화
혁명을 통해 바랐던, 근본적인 중국인의 과거 탈피처럼, 적어도 기업에서 지켜야할 근로자의 최소한의 자세를 정립했단 것이다.
초창기에 중국은 업무시간에 잠을 잘 수 있는 여유도 있었고. 여기저기 침을 뱉고 아무 물건이나 훔쳐가는, 즉 야만적인 수준이었다.
그렇다보니, 품질이 당연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어느 경영자든 그 근본적인 습성을 고치지 못하여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 일쑤였다. 장루이민은
달랐다. 기초부터 바꿨다. 침을 뱉지 않는다. 지각하지 않는다. 등등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기업은 흥할 수도 없고, 조직체계가
바로 설 수도 없단 점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장루이민은 최악의 냉장고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기본적인 매너를 정립하면서 서서히 싼 인력을 하이엔드 제품에 투입하였다. 제품의 기술은 모방을 통해, 싼 가격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가
우선이었고, 차츰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으로 회사의 방침을 정한다. 불량 냉장고를 대하는 태도는 훌륭했다. 그리고 인재 등용이 독특하다. 고졸과
농민들도 얼마든 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채용 시스템으로 인간의 본성인 성취감과 자아실현을 자극했다. 그에 대한 근로자의 보답은
실로 컸다. 열정을 갖고 일했으며, 무엇보다 애사심이 싹텄다. 공산주의에 물든 근로자들에게 이런 자극은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어쩌면 처음
접하는 희열이었을지도 모른다. 장루이민은 합병을 거듭하며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여 하이얼의 훌륭한 자회사로 키웠고, 이를 오랜 기간 거치면서 중국
최고의 제조사가 됐다. 중국인민공화국에서 정치인으로 입당을 권유했지만, 그는 경영자로 남았고, 언제나 중국인에게 희망같은 존재로 남아있다. 비단
장루이민과 근로자의 변화 과정 자체에 놀란 게 아니다. 과거 명동이나 한강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쓰레기와 공중 화장실의 실태를 회상해보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후진성을 과거에 갖고 있었다. 역시 리더를 잘 만나야 계몽이 이뤄지고 명쾌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하이얼을 보며, 과거 한국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