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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무
최복현 지음, 박미미 그림 / 잇북(Itbook) / 2012년 8월
평점 :
거룩한 사랑이야기를 나무를 소재삼아 차분한 느낌의, 마치 동화를 한 편 읽고 있는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장에서 눈을 뗄 수 있었다.
연리목은 예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유명한 나무인데, 언제 듣기론 연리목이 죽었다고...
아무튼 사랑은 나무를 빗대어 표현을 해도 좀처럼 그 깊이를 담기가 어렵다. 한 방향을 향해 가는 동반자 같으면서도 양극의 반대성을 갖고
있어서 더욱 힘든 길고 긴 항해와 종종 비유되곤 한다. 참으로 동감하기 쉬운 묘사다. 그림도 글만큼이나 느낌이 온화하고 조용하다. 사랑은
어지간하면 쉬운 사랑이 속 편한 건 사실이다. 영화 속처럼 모진 시련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에 다다르는 과정 자체가 멋져 보일 수 있지만, 현실 속
힘든 사랑은 진정 진이 빠지는 일이다. 전쟁터에 보낸 사랑, 병을 앓고 있는 사랑, 부모의 반대로 어려운 사랑.. 그 사랑은 다 무한한 가치를
지녔지만, 그냥 편안한 사랑이 최고라고 본다. 스트레스와 정비례하여 사랑이 커지는 것보다는 골병만 든다. 남녀가 병역의무로 인해 떨어져지내면서도
2년이란 시간을 한결같이 기다리고 사랑하더라도 많은 커플들이 복학 후에 돌아서곤 한다. 과정이 험난하여도 결과는 인간의 불안전한 본능으로 인해
오해와 갈등으로 치닺고 영영 회복할 수 없는 감정의 골에 빠져 그만 되돌릴 수 없는 결심과 실천을 하고 만다. 힘든 세월을 함께 했어도 한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는 사랑은 그것 자체의 옳고 그름보단 사랑의 속성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결같은 사랑도 어렵고, 잦은 사랑도
가벼워서 이내 고뇌에 휩싸인다. 이래저래 어려운 건 사실. 그러다보니 타이밍이 곧 사랑이자 결혼이라는 인식이 경험으로 체득되고, 안타깝게도
사랑과 결혼은 같이 가는 평행선이 아니라, 어느 순간 이탈한 감정과 사정이 만든 조합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비단 현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먼
옛날에도 남녀는 그랬다. 우리의 대선배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지 않은가. 사랑나무의 따뜻한 사랑과 그에 얽힌 푸근한 사랑의 인상은 비록 현실과
가깝진 않더라도 사랑이란 가치에 오염요소를 뿌리는 우리의 그릇된 판단에 경종을 울리는 알람 소리같다. 알람이 울리는 동안은 사랑의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그런 사랑이 내 인생에도 존재하길 바라며 그럴싸하게 상상의 나래로 나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사랑에 포장지를 선사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포장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