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에서 협력자로 -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내 편을 만드는 관계의 기술
밥 버그 지음, 정영은 옮김 / 윌컴퍼니 / 2014년 7월
평점 :
프레임 설정이 이런 식으로 유연히 작동한다니 놀랍다. 그저 웃는 것만으로도 상대방과의 적대감을 완화하고 상대와 나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충돌은 피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함께 묶음으로써 보다 나은 관계, 즉 적의 관계에서 탈피하여 협력자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밥 버그는 이름처럼 유쾌한 사람같다. 감정 조절은 독자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역시나 불같이 화가 끓어오를 때 참아내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점에서 연습과 수행이 필요한 대목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나쁜 감정은 굳이 표현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대신, 프레임 설정에 신경쓰며 적을 아예 만들지 않는 현명한 방식을 도모하는 게 낫다.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씨는 어느 나라, 어느 상황에서도 필수불가결의 지침이자 함께 살아가는 지혜다. 우리는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응당 그래야 하지만, 인생사가 그리 녹록지 않다보니 실수로 인해 평생 돌아보지 못하는 사이가 되곤 한다. 물론 돌이킬 필요없는 관계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있다. 그런 상황은 배제해야 한다. 모든 사람과 협력자로 지내기에는 인간이 그렇게 평면적이지 않다. 삐딱한 사람도 수없이 봐왔고, 사과 방식이든 타이밍이든 온갖 노력을 해봐도 안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그것 또한 적에서 협력자로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이란 점이다.언제나 적이 없었던 사람에게 협력자라는 관계 또한 낯설 수밖에 없다. 한 차례라도 적을 마주해본 자만이 협력과 적의 상반된 관계를 인지하고, 감정 조절, 상대방 존중, 프레임 설정 등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책 내용은 상당히 조곤조곤하다. 놓치지 쉽고, 이미 저지르고 있는 잘못된 관계 방식을 살포시 정곡을 찌르릇 알려준다. 그야말로 스스로 깨닫는 책이 아닐 수 없다. 협력자가 되면, 설득이 쉬워지고 비단 가벼운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상당히 수월한 관계력을 부여한다. 영향력이 배가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워낙 심하게 서행하여 하이빔을 난발했던 적이있다. 스스로 되돌아봐도 지나치게 감정을 하이빔에 담아 밤길 운전자를 자극한 게 아닌가 싶다. 봉고차였는데, 야밤에 고속도로에서 그 차는 더욱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차가 그 차를 추월할 경우 되받는 보복이다. 폭력배 차라면, 고속도로에서 빚어질 상황은 불보듯 훤했다. 아차 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장난처럼 그 차만큼 느린 속도로 가야했다. 그나마 추월하면 안되는 이유를 빨리 깨달은 게 다행이었다. 머지않아 톨게이트가 있어서 그 차가 앞에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훌쩍 빠져나와 위기를 모면했다. 밥버그의 책을 통해 무엇보다 감정조절하는 법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차를 앞질렀다면? 적에서 협력자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의 강점은 반복을 놓치지 않도록 마지막 챕터에 영향력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을 담아냈다. 적어도 이 부분을 빠르게 읽으며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으니 책자체로 의미와 영향력이 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