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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들은 왜 이럴까 - 아주 사적인 공통 결혼사
배윤성 지음 / 글로서기 / 2023년 8월
평점 :
[나의 삶을 비추는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글]
[결혼들은 왜 이럴까] 제목을 보는 순간 이상한 끌림이 느껴져 서평 신청을 했다.
내가 닮고 싶은 <낭독 클럽>김상미 대표님이 주도한 서평이기에 더욱 참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가 넘쳐나는 요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신기하게도 특별한 뭔가도 없이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 같지만 생각을 하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힘인가? 아니면 기자 특유의 분석적 시각과 그로 인한 갈등을 초래해서 해결하는 성장 패턴식 삶의 방식에서 오는 성취감 때문일까?
어쩌면 작가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그 고통 속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한 깨달음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글 속 구석구석을 채워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사적인 공동 결혼사]
"눈앞에서 한 여자의 결혼 생활을 보는 듯한 생생함,
그녀의 깨달음이 나의 깨달음이 되는 신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결혼들은 왜 이럴까]의 작가 배윤성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대학원을 다니며 공주(공부하는 주부)로서의 삶을 시도했으나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중도 포기한 날개 꺾인 공주가 되었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작가가 되어 날개를 수선하며 새로운 하늘로 비상 준비를 하고 있다.
목차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다지도 쉽지 않을 줄이야
좌충우돌, 여기저기서 쿵쿵
저마다의 이야기
결혼들은 왜 이럴까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가 살아온 인구수만큼이나 많고 많은데 인류는 왜 아직도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삶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지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작가 배윤성은 이런 자신의 삶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는 면역작용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위트 있게 글을 풀었다.
“여자들만 아이 낳은 기막힌 경험을 독점했으니 앞으로는
남자들에게도 이 숭고한 것을 경험할 기회를 주리라“
"당사자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있다. 그전까지 이해한다, 공감한다, 하는 말들은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할 뿐이다. 자신의 몸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옆집 일이다."
우리는 삶의 고통을 줄이고 정신적 문화적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받고 싶은 만큼 남에게 베풀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론은 여전히 이론일 뿐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저마다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어쩌면 이런 불가사의한 반응이 삶을 더욱 드라마틱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기만의 삶이 평범하지 않고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더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그런 사건을 만들고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만약 저자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아마도 나는 이런 책을 만나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엄마가 되는 길]
“똥 기저귀에서 똥을 털어내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엄마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도 한때는 육아로 인해 내 재능을 펼치지 못한 답답함에 우울하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만큼 육아에 치여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돌아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 좀 더 현명한 엄마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결혼이라는 삶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스스로 가정과 육아와 인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나이가 어릴수록 경험을 통한 지혜는 그 가치가 높다. 인생을 보다 값지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 간접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귀한 경험은 당연 사랑으로 창조된 자식에 대한 삶의 경험이 아닐까? 똥 기저귀를 털어내면서도 웃을 수 있는 대상이 자식 말고 또 있을까? 기저귀를 갈다가 오줌이 입으로 들어가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대상이 자식 말고 또 있을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가족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이런저런 감정 중에 사람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자극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는 특별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족관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곰국 같은 감정과 연민 그리고 책임감 같은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꽃길이다]
“내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반면, 워킹맘 친구는 전업주부인 내가 부럽다고 했다. 차 떼고 포 떼면 별로 남는 것도 없는데 괜히 온 가족을 고생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이에게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완수 과제가 있는데 일에 치여 엄마 노릇을 잘하지 못하고 있어 자괴감에 종종 빠진다고 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전업주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가시지는 않았다. 한번 밀려났다고 해서 울타리 밖 세상은 영원히 포기해야 하나 더 오래 고립된 섬으로 지내면 경단 여로 영원히 가정의 울타리에 묻히게 될까 아이들이 다 크고 났을 때가 섬뜩했다."
저자는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이 아픈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마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있을법한 이야기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뭐라도 좀 하려고 하면 영락없이 아이가 아프던가 피치 못 할 집안일이 생기고 만다. 그래서 여기저기 들쑤신 경험이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내가 나의 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면 길수록 그 상처는 깊을 수 있다. 여기서 저자가 선택한 길이 나와 닮아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그냥 내가 가는 이 길이 꽃길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도 진작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더라면 어땠을까?
"에구에구 포기를 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휑한 것이냐."
저자는 이렇게 끝까지 선택의 다른 여지를 남겨주어 웃음을 선사한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한다면 그냥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 편히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드는구나. 어떻게 보면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거지."라는 저자의 말이 할머니의 이야기 같아 정겨웠다.
[자식도, 남편도 아니고 우리 자신에게
향하게 하기 위해 외로운 거다]
'신은 우리를 여러 방식으로 외롭게 만들어서 결국엔 우리 자신에게 향하도록 이끈다.'
"외로움의 끝에 이르러야만 자신을 들여다보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흥청거릴 때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걸까.
그래서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여러 방식의 시련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중략)
우리가 할 일은 오직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뿐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반백년을 살고 보니 깨달아지는 저자의 깨달음이 나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전업주부로서 몸부림치며 살아온 나이기에 더욱 그런가 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다지도 쉽지 않을 줄이야]
이렇게 쉽지 않은 인생이 사실은 가장 평범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다정한 미소 한 번 지어주며 눈인사라도 나누면 세상은 더욱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입에서 나오는 말이 거칠수록 그 사람은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강하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강해져야만 하는 환경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내 삶이 특별한 것은 나의 숨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이 큰 돌풍을 일으키듯 나의 작은 사랑의 숨결이 이 세상을 채워갈 것이다. [결혼들은 왜 이럴까]를 읽는 동안 다른 시각과 다른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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