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서

요리코를 위해 ㅣ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조금 독특하게도 등장인물의 수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어느 날 느닷없이 외동딸을 살해당한 한 아버지의 절규어린 고백으로 서두를 장식한다. 개인적으로 노리즈키 린타로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잘린 머리는 아직도 못읽었음) 과연 어떤 작가일지 궁금했고 작가의 필명과 같은 탐정이 나오기에 엘러리 퀸(실제 작가도 엘러리 퀸에 대한 오마주로 이 탐정을 만들었다던가 아마)과 비교하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아버지는 딸 요리코를 위해 필사적으로 범인을 추적하고,경찰의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진범을 찾아내어 그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한다. 먼저 말하자면 절대 위장자살이 아니라 실제 죽을 의도로 약을 먹었는데 부인을 돌보던 간병인 여성이 처치를 잘해서 목숨은 붙어있었던 것. 참고로 부인은 딸이 어릴적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이며 그때 뱃속의 아들도 잃었다.

헌데 범인이 하필 유명한 사립여학교 교사였기에 학원측에선 어떻게든 사건을 덮으려 하고...그래서 그 물타기 역할로 노리즈키 탐정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리즈키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아버지와 범인 및 요리코 등에 대해 뭔가 다른 점을 서서히 발견해나가기 시작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어째서 요리코는 그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중간 이후로 다소 흐려지는 느낌은 들었으나 잘 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괜찮았고. 다만 너무 뒤집어댄다는 생각이 약간 들었다고나 할까? 누가 정말 이 사건을 조종한 것인지도 미궁에 빠진 느낌.

아무튼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잠복

잠복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미야베 미유키가 그토록 극찬해서 스스로 선택한 단편선까지 (상중하로 된 건데 상권만 읽어봤음) 출간한 작가. 사회파 추리소설의 원류라는 그 작가. 이번에 독자 북 펀드로 아예 단편선이 다시 출간된다고 한다. 결국 궁금해진 나머지 몇주전 주말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보게 되었달까?

단편집이니만큼 장편보다는 확실히 긴장을 덜하면서 볼수 있다. 그러나 이 작가분은 과연 단편 하나도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지. 하나하나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또한 추리소설로써의 면모보다는 역시나 사회파의 선두라는 이름답게 '사람'에 훨씬 더 방점을 찍었다는 느낌? 아무튼 오래된 작품이 이 정도 수준인 것을 보면 일본이 확실히 추리소설은 우리보다 아직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본격파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니지만 이 단편선은 추천할만 하다.

셜록의 제자

셜록의 제자 - 두 개의 두뇌, 한 개의 심장 ㅣ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6월

셜록 홈즈 관련 소설은 역시나 결과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사볼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홈즈는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기 때문이고 홈즈냐 뤼팽이냐로 따진다면 당연히 홈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것은 조금 더 독특한 설정-홈즈의 어린 여제자가 나오니 말이다.

시점은 메리 러셀,즉 그 시대 여성에 걸맞지 않게 영리하고 대담하며 앞서나가는 성품을 지닌 소녀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메리는 은퇴한 홈즈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그녀의 추리능력은 차차 개화하게 되는 것이다. 홈즈 입장에서도 의외의 존재를 만나 놀랍기도 하지만 자신에 거의 맞먹는 재능의 꽃을 보자 흥미를 가진 셈이고.

둘은 자그마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해나가게 된다. 그리고 막판에는 모리어티 교수의 딸과 맞서게도 되고 말이다. 하긴 모리어티 교수라면 정식 결혼은 안했어도 왠지 숨겨진 애인이나 자식쯤은 있을법도 하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제법 볼만한 홈즈 소설이 되겠다. 여태까지 홈즈를 등장시킨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재미가 없거나 좀 실망스러운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 작품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듯 하다. 시리즈까지 있다니 뒷권도 다소 궁금해진다.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상과 구보가 탐정으로 나오는 연작단편집

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은 이번이 2번째다. 설홍주와 왕도손이 탐정과 조수역으로 나오는 경성탐정록이었던가? 그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때문에 이번 소설도 기대를 하면서 사보게 되었다. 더군다나 건축무한육면각체로도 유명한 이상이 이번에는 대놓고 탐정으로 나온다라! 즉 실존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이니 설정상으로 흥미롭기 그지없다.

구보는 가난한 문인인지라 염상섭 선배가 신문사로 부르자 새 연재 소설이라도 주나 싶어 얼른 나간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상과 팀을 이뤄 한 사건을 해결하라는 말만 하는게 아닌가?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성공하면 유명한 문인회에도 가입하게 되고 잘보일 기회도 되니 수락하게 되는데. 이리하여 그는 기묘하고 괴짜인 천재 이상과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첫 사건은 창경원에서 속옷바람으로 살해된채 발견된 한 미모의 여급에 관한 것-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묘하고 불쌍한 상태로 살해당한 것일까?

이 첫사건을 해결하자 그뒤로도 둘은 여러가지 사건에 얽히게 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 일본을 어둠에서 쥐고 흔드는 세력가 중 하나인 류 다마치 자작이라는 자와도 차차 맞서게 되는데......혼돈에 싸인 그의 정체는 무엇이고 목적은 또 무엇일까? 이상과 구보는 과연 사건을 해결하고 류 다마치 자작에게도 대항해낼수 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경성탐정록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경성탐정록은 이미 2권까지 나왔는데,1권만 놓고 보면 경성탐정록쪽이 훨씬 재미있다고 본다. 주인공의 매력이나 능력도 왠지 설홍주가 이상을 넘는 느낌이고. 그러나 아무리 단편집이라지만 이만한 두툼한 두께의 책을, 실존인물들의 또다른 일면을 부각시키며 끌어왔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 패러디물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게 반가울 뿐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작가분께서 좀 더 이런 작품을 많이 써주셨으면 한다. 결말부분에서 이상이 모호하게 사라져버렸지만 기왕지사 소설이니 시리즈 2편에서 다시 나온다든가 하면 좋겠고.

훌륭한 산악 웹툰의 등장,피크

Peak 피크 1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솔직히 산과 바다중에서 뭐가 좋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절대적으로 바다다. 약간의 고소공포증도 있거니와 산이라고 하면 직장에서 주말에 아~주 훌륭하신 윗놈들께서 직원의 단합이다 뭐다 해서 강제로 나오라고 하는 바람에 질질 끌려다니던 악몽밖에 없으니까! 해서 처음에 이 만화가 나왔을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작품의 질에 비해 관심도가 낮다는 소릴 듣자 결국 흥미가 생겨서 주말 오프 서점에서 사보게 되었다.

그리고 사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이 만화는 표지에 써있는대로 북한산 산악구조대의 이야기-군대에 들어왔다가 그야말로 얼떨결에 산악구조대로 배치를 받아 거기서 군복무를 하게 된 다섯 청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물론 표지 중앙의 저 청년이 주요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조연이지만.

아무튼 과장되거나 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실제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한 느낌을 준다. 그림체나 컬러도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내용이 현실적이며 진짜 구조대는 이런 걸까~라는 것을 알게 해주니 좋다. 이런 웹툰이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도 의아스럽고. 봐서 후회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분들도 보시면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