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노 쇼고 '집' 시리즈 2번째 작품

흰 집의 살인 ㅣ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한동안 주춤하나 싶더니 근래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2권이나 연달아 나왔다. 최신작은 아니라 하지만 그만큼 초기작을 볼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셈. 또한 시나노 조지가 나오는 2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초반부는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시작된다. 바로 범인의 일기를 1장 정도지만 막바로 보여줘버린 것이다. 거기서부터 매우 기대를 했는데...뭐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비례하는 법이라고 이후의 전개는 다소 지루했다고 본다. 범인의 정체나 동기 역시 초기작다운 상투적인 느낌이 오히려 첫작 '긴집의 살인'보다 짙었고... 

재벌 이카리가의 별장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초반부에 딸 시즈카가 방에 거꾸로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며 막바로 사건에 휘말려든다. 게다가 가장의 여동생이자 시즈카의 고모인 에이코 역시 다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독살되어 버리고. 이에 시즈카의 가정교사인 이치노세 도오루는 친구이자 명탐정인 시나노를 불러오지만......시즈카의 엄마인 하루코까지 살해되고 마는데. 셋 다 물리적 혹은 환경적 밀실에서 죽었으니 대체 범인의 수법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첫작보다 이번이 못했던듯 하다. 그렇다고 망작이라는 소린 아닌데-첫작이 의외로 좋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후로 나온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와 '밀실살인게임' 은 완벽했지만! 

아무튼 집 시리즈도 아직 1권이 더 남았으니 그것을 기대해본다. 어쨌거나 우타노 쇼고의 소설이니까.

305호에 같이 살게 된 두 남자 이야기

어서오세요, 305호에! 1
와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웹툰이라면 특히나 만화중에서도 가장 공개적인 형태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미처 몰랐지만 (아무리 내용이 노골적이지 않다고 해도) '호모' 문제가 연재 형태로까지 이어진 웹툰이 있다니. 

솔직히 호기심에서 사보게 되었다. 일단 표지 그림체가 괜찮다는 점도 약간은 한몫을 했고. 

내용은 표지 우측의 청년이 선배의 소개로 동거인이 있는 자취방을 구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김호모......게다가 실제로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였던 것이다. 지극히 노멀한 취향을 가진 주인공으로써야 기겁하고도 충격받을 일.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어쩔수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일단 흔하면서도 웹툰에는 보기 드문 소재-이런 소재가 등장했다는 것은 역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이런쪽 문제에 많이 관대해졌다는 소리일듯. 다만 몇가지 개인적으로 좀 미비했다고 생각되는건,일단 그림체가 표지보다 내부쪽이 좀 마음에 안드는 편이다. 표지의 귀여운 느낌은 싹 사라지고 그냥 평범해진 느낌? 아울러 내용도 스토리 자체가 조금 지루하게 전개된 느낌이다. 

뭐 거부감 느껴지는 스토리는 아니니 누가 봐도 무난할듯 하긴 하다.

기대보다는 미약했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작가의 최초 출간작

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이 작가분은 철저하게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한다고 한다. 필명도 은빛 궁궐을 뜻하는 '은궐'로 알고 있고. 또한 소설을 적게 쓰는 것으로도 유명할 것이다-왜냐하면 여태까지 나온 거라곤 오직 첫출간작인 해를 품은 달과 두번째 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뿐이니까. 뭐 성균관의 후속작인 규장각도 있긴 한데 이것까지 쳐도 3편에 6권뿐이니...... 

아무튼 성균관의 대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절판된 첫작품도 다시 나온 모양이다. 가격과 포장만 싹 바꿔서. 처음에는 읽지 않으려 했으나 개인적으로 국내 로맨스 소설 중 최고라 평가하는 성균관 유생 작가의 작품이다보니(게다가 이것마저 드라마로 만든다고) 결국 사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조선의 국왕 이훤. 그는 10대 중반의 세자시절 얼굴도 못보고 단지 연서로 교환하던 허연우라는 낭자와 사랑을 키웠으나(참고로 허연우는 그의 스승인 허염의 친여동생이기도 함) 돌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적어도 여자에 한해서는. 헌데 온양행궁에서 신비스런 미모의 무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다시 한번 한 여자를 향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월이란 여성은 짐작 충분히 가시고도 남겠으나 허연우 그녀. 대체 어떤 사연으로 세자빈 간택까지 되었던 그녀가 무녀로까지 몰락했는가? 

이 소설은 주 커플인 이훤과 허연우-그리고 허염과 민화공주(=즉 이훤의 누이)로 진행된다. 참고로 이 공주란 철딱서니는 정말 재수없는 여자의 전형이라 보는 내내 정말 짜증이 났다. 철딱서니 없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무렴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 또한 2권에서 당연히 밝혀주겠으나,분명 현재로써는 허염 집안이 멀쩡하고 부마까지 되었는데 왜 유독 허연우만 사회적으로 죽고 이름도 감춘채 하필 조선시대 최악의 천민인 무녀로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를 알수가 없다. 

또한 아무래도 첫작이라 그런지 전개가 좀 평범하다는 느낌이다.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그 자체의. 뭐 첫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성균관 유생들에서 발전한 점을 높이 평가해드려야 겠지만. (그런데 규장각은 세련되어지긴 했어도 재미는 또 떨어지니......) 

아무튼 로맨스 소설 팬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읽어볼만한 소설인듯.

드디어 되돌아온 설홍주의 사건 파일

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ㅣ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경성탐정록이 나온지 아마 2년은 넘었던거 같다. 그 뒤로 후속편이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마침내 최근에 후속작인 피의 굴레가 나오고야 말았다. 여전히 설홍주와 왕도손이 나오고 레이시치 경부도 건재하다. 또한 그때와 마찬가지로 단편집이고. 

이 시리즈의 장편이야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니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이번 단편집 중 가장 길고 표제작이기도 한 '피의 굴레'를 보니 아무래도 중편보다는 단편이 더 낫지 않은가 싶다. 추리적인 요소라든가 반전등은 괜찮았지만 다른 3편에 비해 좀 통속적이라고 해야 할까? 범인이 불쌍하기는 네편 중 가장 불쌍하긴 했지만. 

식민지 경성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다른 추리소설보다는 조금 더 전반적인 분위기가 눅눅하고 침전된 느낌은 든다. 하지만 설홍주의 번뜩이는 추리는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하는 법. 첫번째 단편집보다야 신선도가 약간 감소된듯 보이지만 역시 이번에도 거의 단숨에 읽었다. 

이미 본 형식이지만 첫번째 단편은 범인의 일기를 통해 사건이 전개되는데(결말 부분에 가면 서술 형식이 바뀌지만) 이것도 꽤 괜찮았다. 그리고 비열한 방식으로 부를 쌓은 한 배신자 상인이 시체로 발견된 이야기(이게 2번째였는지 마지막 단편이었는지가 좀 헷갈림)에선,죽은 방식이 의외였다고 해야겠고. 

아무튼 괜찮은 단편집이다. 설홍주-이게 누굴 뜻하는지는 다들 아실듯-의 또다른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해본다.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 스릴러 작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일단 제목하며 특히 표지가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표지에도 꽤나 끌려서 사게 되었다. 물론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한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과 더불어 계절에 맞게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폭파범과의 대립이라는 점이었지만. 

좀 어렵기는 해도 제법 경영은 잘되는 편인 신게쓰 고원 스키장. 시즌이 되자 때맞게 눈도 많이 내려주고 손님도 모여들며 해년마다 하는 대회도 착착 준비가 잘 되가고 있다. 그런데...호사다마라는 말이 이 경우엔 딱이라고나 할까? 스키장의 자연환경파괴에 분노한다는 한 범인의 성명서가 날아든 것이다. 이미 눈이 쌓이기 몇달전에 폭발물을 설치해놨으며,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스키장을 날려버리겠다는.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주인공격인 쿠라타(스키장의 안전 부분을 총괄 담당하는 주임)와 수뇌부가 맞서지만...결국 수뇌부는 범인이 요구하는 돈을 줘서 사태를 무마시키려고 든다. 일단 경찰에 알리면 다 죽이겠다고 했을뿐더러 눈앞의 손님들을 놓침으로써 수억대의 이윤이 공중분해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을테니까. 

한편 손님들 중에는 작년에 신게쓰 스키장에서 스노보더때문에 (즉 신나게 내려오던 스노보더의 판의 날이 목을 스치고 지나갔으니 과다출혈로 죽고 만 것) 모친을 잃은 소년과 그 부친인 이리에 부자가 오고. 아내를 잃었지만 스키장의 실수는 아닌 것이니 스키장에 원한은 없으나-아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그것을 극복시키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은퇴한 노부부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젊은 여성을 비롯한 사촌형제 2명의 일행도 오고. 이들도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얽힌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대체 요구한 돈은 어떻게 회수해간 것일까? 

여기서 특이한 것은 절대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리에 부자의 아내이자 모친인 여성은 이미 등장시점부터 사망했으니 논외로 쳐야하니까. 또한 범인의 진정한 목적이나 수법 그리고 결말부의 복잡함은 과연 작가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초중반까지는 좀 지루한 느낌이 있다. 가격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종이를 좀 두꺼운 걸로 하고 하드 커버로 만든 출판사의 의도도 보여서 책이 다소 비싸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분량을 조금만 더 줄이고 소프트 커버로 가격을 낮춰 출간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사람이 하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