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자인 싱클레어는 유복한 가정에서 화목한 생활을 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순탄치 못한 성장 과정에서 주변의 어두운 유혹과 내면의 갈등 사이에 혼란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데미안은 이 혼란의 중심에서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청년으로 등장한다. 마치 등대의 불빛 하나만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는 것처럼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 후 회복했다고 믿었던 자아에 상처를 내며 좌절의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또다시 데미안과 재회하며 싱클레어는 자아를 완벽하게 장착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데미안은 1919년에 발표된 헤르만 헤세의 작품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싱클레어의 성장 과정이 이 시기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닮은 갈등과 성장을 반복한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자,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시도이며, 어느 좁은 길에 대한 암시라고 하겠다. 일찍이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누구나 그렇게 되려고 애를 쓴다. 누군가는 막연하게, 누군가는 보다 확실하게,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애를 쓴다.”

지난날의 좌절과 상처가 가리키는 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성장 과정에서 섬광처럼 불쑥 찾아오는 건강한 자아는 인생의 난관에서 벗어날 기회이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이라는 섬광을 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의 결말은 순탄하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 시절 나는 정신없이 마구 돌아다녔다. 마음속에선 폭풍우가 휘몰아쳤고 매 발걸음은 위험이었다. 나는 내 앞에서 심원한 어두움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 어둠 속으로 지금까지 온 모든 길들이 뻗어 들어가 가라앉았다. 나의 내면에서는 데미안을 닮았으며 그 눈 속에서 내 운명이 도사리고 있는 인도자의 형상을 보았다.”

그 눈은 지혜로 가득 차거나 광기로 차 있을 수 있고 사랑이나 깊은 악의를 내뿜을 수 있지만 선택해선 안 되고 아는 것도 원해서는 안 되는, 우리가 원해도 되는 것은 오로지 자신, 자신의 운명뿐이라고. 어쩌면 싱클레어의 참된 자아를 찾는 길은 순탄한 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불안, 초조, 강박이 난무한 시대로 우울에 의지해 가며 앞날의 캄캄함 앞에 좌절하고 있다면, 뻔한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 과정 또한 꼭 필요한 인생길임을 데미안을 통해 전달받길 바랄 뿐이다.

“나 자신을 향한 향수가 눈뜨는 순간이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위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시대에는 미디어와 SNS의 영향력으로 불안감이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폭력을 다루는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불안감이 더 클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민감하고 꼼꼼한 편이라 신속한 걸 좋아한다. 물론 이러한 장점 때문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불안과 초조함으로 행복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행복해서 불안하다면 현재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날을 생각하며 미리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없는지 평생 살 것처럼 앞날만 생각한다. 늙고 병들면 죽음이라는 불안이 크게 자리하지만 젊고 건강하다 보면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은 품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죽음에는 관대하다. 우울과 불안에도 관대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저술가 안데르스 한센의 책으로 우울의 설계원리와 해답을 찾는 뇌 사용법을 담았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불필요한 게 없다.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마저도 적절히 삶에 적용하면 안 좋은 영향력이 미리 분산되기 때문에 나중에 올 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결과는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뇌는 우리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며 생존하는 데 필요한 관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뇌가 세상을 위험하고 우울한 곳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가 ‘약한’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건강한 뇌를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불안과 우울을 마주했을 때 이건 내 상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전달받은 감정이며 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당사자의 문제다. 소화해 내는 과정이 힘들고 지친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남몰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개인의 심리상태 문제는 맞지만,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등 심리학을 넘어 뇌과학 인류의 역사로 분석하여 이 책은 답을 내놓는다. 부정적 마음을 해독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신체활동인 운동을 권하고 있으며, 더 말하고, 더 걷고, 더 사랑하고, 즐기되 얽매이지 않는 행복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늘 행복과 만족에 젖어 살 수 있도록 뇌가 긍정적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뇌 입장에서 보면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설계돼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생존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 하나 얻는 것만으로도 위안받는다면 행복의 절반은 얻은 셈이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에세이 필름 / 푸른숲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북리뷰에 평점을 넣으면서 작품의 결이 안 맞아도 별 세 개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북리뷰어가 정지돈 작가의 ‘…스크롤!’에 빵별과 함께 간략한 쓴소리를 남겨놓았다. 별이 없는 짧은 리뷰가 웃기기도 하고 귀여워서 더 읽고 싶어지는 책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좋은 기회로 정지돈 작가의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을 읽었다. 책 제목에서부터 웃기 시작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계속 웃었다. 자꾸만 빵별 평점 리뷰어의 쓴소리가 생각나서. 이 책의 두 작가를 만나면 웃음부터 나올 것 같다. 괴짜는 괴짜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들을 혼내며 결국 안 사줬던 아빠가 아들이 잠든 밤 머리맡에 장난감을 두고 가며 흐뭇해하는 뒷모습이 그려졌다. 결국 사줄 거면서 나쁜 아빠를 왜 자처하는 건지, 답답하고 어이없긴 하지만 아침이면 아이는 두 배로 기쁘다. 이 책은 나에게 아이가 되길 바라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농담에 어이없다가도 기다리던 카리스마 썩인 진지함을 만날 때면 멋있어 죽겠다. 아마도 이걸 노린 것 같다.

“— 근데 그게 웃음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지돈 씨가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모양이다.
— 두 종류의 한국 영화가 있습니다. 웃겨서 계속 보고 싶은 한국 영화와 웃겨서 더는 볼 수 없는 한국 영화. 전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 그럼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분명한 건 후자는 배꼽 빠져서 볼 수 없다는 건 아니다.

“우연과 만남은 영화의 모든 장르를 지탱해 주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연한 만남은 우연한 만남일 뿐 인생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 건 또 아닌데, 모든 만남은 크건 작건 우리 안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의 ‘위대한’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백 편의 ‘비천한 영화’는 우리의 인생을 바꾼다, 제법 높은 확률로…….”

인생의 회전율은 현실 파악이나 자아 발견이 더 쉬운 쪽이 높은 법이니까.

“<스위밍 풀>에서 샬럿 램플링이 했던 말 기억해요? 편집장이 20년 전에 자기를 세뇌시켰던 말이라면서 이렇게 말하잖아요. 상은 치질 같은 거라고, 모든 작가들이 언젠가는 받게 된다고요. 지돈 씨, 네 번째 치질을 축하합니다.”

너무 맞는 말이라 감동을 까먹었다.

바로 옆에서 대화에 참석하며 이들의 생생함을 느끼는 게 좋았다. 이 책으로 영화라는 섬광을 찾는 일이 재밌고 행복했으며 이해하기 싫은 두 사람도 참 좋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동 인권 이야기
박명금 외 지음 / 서사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 또한 독립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다. 안전을 위해 부모나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아이의 의견을 물어봐 주고 존중해야 한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변화가 있긴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부모가 원하는 일을 아이에게 세뇌시키기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 아이의 생각이 부모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재능은 아이 스스로가 찾았을 때 빛을 발하여 아이가 제대로 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존중과 훈육 사이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자폐아들을 둔 웹툰 작가의 일은 물론 교사들의 고충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가 존중이고 어디까지가 훈육인지를 두고 교사들은 그간 많은 고민을 해온 것 같다. 고통받는 어른이 있는반면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동 인권을 이야기한다. 양육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동 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아동과 양육자를 돕기위해 썼다고 한다. 영유아, 초등학생, 청소년으로 나누어 인권을 말하고 있으며, 우는 아기에게도, 음식을 먹는 일에도 존중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아이의 창의성, 차별의 씨앗, 놀고 싶은 아이 등 어리다고 얕보지 말고 존중하다 보면 요즘은 빨라 초등학생 때 겪게 되는 사춘기를 탈 없이 보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성적, 성교육, 친구 등 고민이 한 짐인 청소년기에는 어떤 존중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도 친절한 예시와 함께 나와 있다.

- “다 널 위해서야.”라고 말하며 종교를 권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아동에게는 원치 않는 선물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좋은 걸 넌 왜 안 해?”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압박과 강요일 수 있습니다. -

판단은 부모나 어른이 하는 게 아니라 ‘아이’라는 인격체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 널 위해서야”라고 말하는데,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은 두 다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고, 두 귀 사이에 존재한다.”

페미니즘이라는 게 구미를 당길만한 문구가 있어야 제대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소란 피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이밀 수 없는 것처럼. 이사벨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철학적 태도이자 남성만이 가진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정의에 대한 주장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페미니스트였다는 이사벨은 처음 남성들의 권위주의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엄마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잠재된 능력을 펼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게 당연한데 이사벨 엄마의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여성이 원하는 건 대충 이런 것이다. 안전하게 살기, 인격체로 존중받기, 평화롭게 살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사람들과 연결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 할 수 있는 일들 가지고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닌데 페미니즘과 연결하여 문제로 만든다고. 일부 계층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여성 전체, 더 나아가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 구분하지 않는 사람 자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존중, 평화, 자립, 연결, 사랑.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단어들은 ’맛‘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여야 한다.

“권력을 쥔 여성들을 보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만이 권력을 공유하고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과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른 여성의 숫자가 충분해진다면 저울추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문명 쪽으로 기울일 수 있다.”

권력을 쥔 여성들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는 남성‘처럼’에서 벗어나 여성 그 자체로 권력을 공유하고 행사하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을 구분하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포괄적이고 평등한 문명, 누구나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원하는 선한 페미니즘이 이 책에 담겨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맑은 생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

이사벨은 마음에 뜨거운 열정을 지속적으로 간직한 지금의 삶이 정말 좋다고 한다. 나이 듦을 잊은 그녀의 투쟁은 외로운 괴짜의 삶이 아닌 우아한 인생 내공을 갖은 아름다운 삶 그 자체였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