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페미니즘은 두 다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고, 두 귀 사이에 존재한다.”
페미니즘이라는 게 구미를 당길만한 문구가 있어야 제대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소란 피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이밀 수 없는 것처럼. 이사벨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철학적 태도이자 남성만이 가진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정의에 대한 주장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페미니스트였다는 이사벨은 처음 남성들의 권위주의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엄마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잠재된 능력을 펼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게 당연한데 이사벨 엄마의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여성이 원하는 건 대충 이런 것이다. 안전하게 살기, 인격체로 존중받기, 평화롭게 살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사람들과 연결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 할 수 있는 일들 가지고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닌데 페미니즘과 연결하여 문제로 만든다고. 일부 계층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여성 전체, 더 나아가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 구분하지 않는 사람 자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존중, 평화, 자립, 연결, 사랑.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단어들은 ’맛‘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여야 한다.
“권력을 쥔 여성들을 보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만이 권력을 공유하고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과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른 여성의 숫자가 충분해진다면 저울추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문명 쪽으로 기울일 수 있다.”
권력을 쥔 여성들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는 남성‘처럼’에서 벗어나 여성 그 자체로 권력을 공유하고 행사하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을 구분하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포괄적이고 평등한 문명, 누구나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원하는 선한 페미니즘이 이 책에 담겨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맑은 생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
이사벨은 마음에 뜨거운 열정을 지속적으로 간직한 지금의 삶이 정말 좋다고 한다. 나이 듦을 잊은 그녀의 투쟁은 외로운 괴짜의 삶이 아닌 우아한 인생 내공을 갖은 아름다운 삶 그 자체였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