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 -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 경영 인사이트
정강민 지음 / 넥서스BIZ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같은 업종이고 비슷한 구조인데 어떤 기업은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망할까?”


감동의 근원적 의문을 좋아하는 저자라 경영자들의 핵심 노하우를 부에 편중된 글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너무 유명한 기업들이라 자칫 식상한 느낌도 들겠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들의 위대함을 한 문장으로 깊게 사유하는 데 있다.


『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 경영 인사이트
정강민 저 | 넥서스BIZ | 2022년


저자는 독자가 기업을 좀 더 쉽게 이해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나 삶에 적용하기 위해 기업의 혁신 스토리와 인사이트를 통한 성공 요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데 집중한다. 위대한 기업과 경영 천재들이 집착했던 한 문장의 긍정적 영향력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레 경영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년에 처음 기획을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로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이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기업도 사라진 기업 중에 많았다고 하는데 사라진 기업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 펴내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냉엄한 현실에 너무 독한 제안일까.

다이슨, 나이키, 페이스북, 테드, 아마존, 구글, 맥도날드, 애플, 넷플릭스 등 총 39개의 기업을 선별하여 CEO의 인터뷰 내용, 기업의 가치관, 비전 그리고 핵심 가치 등 언론 자료를 대략 A4로 30쪽 이상 수집하고 해당 기업을 소개한 책을 보며 디테일을 보충하여 한 문장이 될만한 것을 찾았다고 한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라고 말한 부분이 있는데 열심히 나열하고 보니 정말 ‘왜 그러셨어요?’라고 웃으며 반문하고 싶다. 저자가 고생한 만큼 말 그대로 한 문장으로 깊은 사유를 하게 된 독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난 단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 다이슨

영국의 가전회사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비틀즈 이후 가장 성공한 영국 제품’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이며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손익보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우선이라며 “실패를 즐겨라, 그리고 배워라. 성공엔 배울 게 없다"라는 말로 실패할 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다. 다이슨은 선입관 없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어 신입사원을 주로 채용했으며, 단기 이익에 휘둘리며 주주들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유롭게 실패하며 연구할 목적으로 비상장기업으로 운영한다. 기술을 중시하고 실패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보통 연구개발비가 15%인데 다이슨은 순이익의 30%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한다.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의 과감한 투자의 과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혁신은 유레카의 순간이 아닌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축적한 결과’라고 답한다.


“남들과 반대로 생각하라” - 코스트코

창고형 대형할인점으로 통념을 거부한 경영방식에 유통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할인점의 모델로, 많은 유통회사가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코스트코가 독특한 경영방식을 앞세워 급성장하면서 월마트는 한때 위기를 맞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코스트코의 진입은 허용하고 월마트는 막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월마트가 없으면 코스트코의 수익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월마트가 있어야 우리도 발전한다며 월마트의 진출 허가를 부탁한다. 독점보다 경쟁하며 성장하겠다는 코스트코의 역발상으로 미국은 코스트코 매장 근처에 월마트가 있는 곳이 많다.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 적당한 기준이다. 그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나아가 고객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

마진율 15% 원칙을 지킴으로 과도한 이익을 경계했다. 영업이익률도 2%로 설정한다. 업계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마케팅이나 광고 활동을 최소화해 영업이익을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코스트코의 방식이다. 물품 수를 줄여 품질에 신경 쓰며, 고객의 단순 변심에도 100% 환불해 주는 그때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정책을 펼친다. 이익을 남길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싸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고, CEO 연봉은 제한하면서 위기 때일수록 급여를 올리는 직원을 돌보는 일을 늘 우선시했다.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가격도 후려치다”

커피 가격이 비싸 매입을 중단하니 몇 개월간 냉전 끝에 스타벅스가 공급가격을 내려 납품했다고 한다. 코스트코의 영향력이 대단한가 보다. 독점보다 경쟁하고, 과도한 이익을 경계하고, 언제든 환불해 주며 제품 수를 줄여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 쓰는 코스트코가 우리 지역에는 왜 없을까? 나름 소비도시인데.


이 외에도 여러 기업의 ‘한 문장’을 앞세운 혁신 스토리와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복잡하지 않고 ‘한 문장’으로 축약된 기업의 이미지가 아주 선명하게 인식된다. 한 기업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한 문장’이 떠올라 기업에 대한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을 인식하는 데 빠르게 도움이 된다. 마치 이미지 연상 자동 암기 방식처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간된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회장의 다이소는 어떠신지?

『“달을 보기 위해선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라"고 했다. 이 책은 연못에 비친 달이다. 나의 눈으로 본 위대한 기업의 한 문장이다. 독자들이 하늘을 직접 쳐다보며 각 기업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이 책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 같다』

성공사례를 펼쳐낸 자기 계발서의 장황한 글이 읽기 귀찮으신 분, 성질이 급해서 결론만 알고 싶은 분, 유능한 CEO의 성공사례를 쉽게 이해하고 싶은 분, 유명 기업체에 대해 남다른 감각으로 아는척하고 싶은 분에게 ‘한 문장’만으로도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정강민 저자의 『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를 권한다.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황소연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을 감고서 내 품에 안긴 여인의 감촉, 나를 누르는 그녀의 무게감, 호흡과 함께 오르내리는 그녀의 등, 내 다리에 감긴 그녀의 두 다리를 기억 속에 저장했다』

부드러운 그의 시선이 손길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육체적인 대화가 격하게 다뤄지는 소설이라 농도 짙은 교감에 치중한 에로티시즘으로 그려지지만, 몸으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육감적인 끌림과 진정한 사랑을 만난 애틋함을 그들의 엉킴과 화음으로 과감 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아나의 아름다움을 쟁취하고픈 욕망과 그레이의 아픔까지 사랑하는 포용이 뒤엉켜 사랑의 시너지를 발산한다. 그가 묘사한 사랑의 장면은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임과 동시에 깊은 미로 속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만족감까지 준다.

비행, 항해, 섹스.

아나를 만나기 전에 그가 보낸 주말 일상들이다. 언뜻 보면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게 바뀌었다. 아나를 만나기 전에는 외롭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외로움이란 행복이 담긴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훈장 같은 걸까? 그러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백만장자인 그가 사치라고 생각하는 게 딱 하나가 있다. 바로 행복이다.

『일어섰을 때 넥타이가 발에 밟혔다. 어젯밤 벌인 즐거운 놀이의 흔적이었다. 아나와의 황홀한 기억이 내 감각 안으로 침투했다』

『아나가 머리채를 어깨 뒤로 휘 넘기자 탁자 위 램프의 불빛이 머리카락에 쏟아지며 붉은빛과 황금빛이 도는 터럭을 강조했다. 그 아름다움이 내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내 관심은 아나의 입술로 이동했다』

아나를 보는 그의 시선은 행복 그 자체다. 그래서 두렵고 불안하다. 그는 오직 결혼하여 아나를 소유하는 것만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넌 사랑이 어울려.” 엘리엇이 말했다. 나는 눈을 치켜떴다. 형이 나한테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행복감을 키우고 소중히 여기세요”』

아나를 사랑하며 느끼는 행복을 만끽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그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참 다정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들이 쏟아낸 열정을 말해주고 있지만, 아나에 대한 욕구가 채워질 날이 과연 올까?

이 책의 독자는 거의 여성일 것이다. 남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행위에 대한 스킬에 집중하기보다는, 닿을 듯 말 듯 한 사랑의 속삭임을 원하는 여성의 속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테니.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운이 좋은 사람들의 비밀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안소현 옮김 / 서삼독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 잘 사귀어라’ ‘남자 잘 만나라’ ‘여자 잘못 들이면 패가망신한다’

‘운’ 보호 차원에서 나온 말일까?


『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운이 좋은 사람들의 비밀
정신과 의사 토미 저 / 안소현 역 | 서삼독 | 2022


『그 사람과 함께해서 좋은 일이 늘어났는가? 그 사람과 함께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는가?』

고집이 세거나 줏대가 있어도 옆에 있는 사람이 조금은 거슬리기 마련이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가에 따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운은 ‘생각과 행동’의 결과다.

다시 말해 좋은 운은 ‘좋은 사고와 습관’에서 온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운이 좋아지게 하는 기본 생활 습관과 운이 좋은 사람의 사고방식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복권에 당첨되는 운을 원한다면 복권을 먼저 사야 한다. 즉 실행하고자 하는 행동이 중요하며, 운을 바꾸려면 행동 또한 달라져야 결과도 달라지는 법이다.


『운명의 사람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달라져야 하고 변화가 없다면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운도 시동을 걸겠지. 운명을 개척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일이 잘되지 않을 때는 의식적으로 ‘멈춤’을 만드세요. 부정적 사고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머리 감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면 노래를 크게 부른다. 욕실의 에코 효과로 기분도 업되고 좋다.


스스로 냉정하게 바라볼수록 운이 좋아진다며 ‘나의 미래 노트’를 정기적으로 쓰라고 저자는 권하고 있다. 지나간 일을 기록하는 일기장은 써봤어도, 미래 노트라면 생소할 텐데 계획표와 비슷하다. 업무적인 내용이나 스케줄이 아닌, 목표를 세워 달성하는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쓰면 된다.


스페셜 페이지인 ‘매일매일 기운이 솟아나게 하는 해피 액션’과 ‘상담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참고할만하다. 전체적으로 책이 참 밝다. 책 표지 두 여성의 표정만큼이나.


『목표에 맞는 적절한 생각과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그에 맞는 흐름의 운명이 일정 확률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운명의 상대입니다』


일단 목표를 정확히 알자.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걷다 보면 좋은 운과 좋은 사람도 한 발 한 발 다가온다. 서두르지 말자. 운을 조금씩 맞이하는 일도 꽤 신나는 일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이 책을 다시 펼치면 된다.


매사 의욕이 없으신 분, 재수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시는 분, 밝은 기운을 얻고 싶으신 분, 뻔한 내용의 긍정 확언에 지친 분께 15년간 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하며 15만 명 이상의 내담자를 만난 정신과 의사 토미 저자의 『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의 손등이 닿거나 치마가 스친다.

“지워지지 않아.”


단순히 보고 싶다는 말로 이 둘의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뇌리에 박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이 한 줄을 완성해놓고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대사가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 그 어떤 것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다니 신기하다. 갈망의 절정을 빈틈없이 꽉 채운 느낌이랄까. 좋다.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동시대 스핀오프로, ‘줄리엣과 줄리엣’ 희곡과 탄생 비하인드를 담은 묵직한 희곡집 에세이다. 이미 갓극으로 유명하여 ‘줄앤줄’ 대본집을 고가에 구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었으니, 이번 희곡집 에세이 출간은 매니아층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줄리엣과 줄리엣’ 제목을 보는 순간 스토리는 이미 내 머리 안을 가득 채웠고, 대본은 완벽하게 적중하여 신나게 읽었다. 작가가 제목을 듣는 순간 자신 있게 대본을 쓰겠다며 대박을 외치던 모습이 내가 이 책을 만났을 때 짜릿함을 느끼던 순간과 많이 닮았을 거라 믿는다.


『자신들의 사랑에 당당한 줄리엣들을 내가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야 할 가치는 충분했다. (…) 그냥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에 혹시나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한 작가의 마음은 공감하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는 누군가에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사랑의 가치는 언제나 충분하기에 망설일 필요 없다.


『 줄리엣M : (바라보다) 니가 나의 집이야.
줄리엣C : (바라본다.)
줄리엣M : (손에 입을 맞추며) 내 울타리 (팔에 입을 맞추며) 나의 정원 (목에 입을 맞추며) 아주 따뜻한 (끌어안는) 나의 침대. 』

긴 말이 필요 없다. 충분하다.


『어둑하고 좁은 승려의 방 안에서 낯선 종교를 가지고 수행하는 이방인 앞에 선 두 줄리엣을 그려보면 그냥 그 그림이 꼭 알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줄리엣의 절실함이, 낯선 수행자의 포용력이, 고귀하다 느껴질 만큼 생경한 결혼식이 이 작품에 필요했다. 결혼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사랑의 약속을 최대한 낯선 형태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 주인공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뚜렷한 개별성을 가진 이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질감 때문에 세상과의 불화를 느끼는 이들이 함께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결혼식 장면을 연습하는 날, 승려 역을 맞은 배우가 줄리엣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터져버려 대사를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가 써 내려간 결혼식 장면을 상상하니 이해할 것 같다. 절실함을 낯선 포용력에 의지하며 외줄 타듯 행해지는 결혼식이라 불안하지만,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스페셜 커튼콜로 등장인물 모두가 하객으로 참여한 결혼식 장면을 연출한다. 작품 외적으로라도 줄리엣들에게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을 온전히 쥐여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면서 동시에 가슴이 아파 다른 배우들도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빨개졌다고 작가는 생생하게 그때 상황을 이 책을 통해 전달한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맺힌다. 모두가 바라는 순간을 연출하기까지의 여정은 마침내 뜨겁게 목을 감싸며 환호하지만, 희곡이 낳은 또 다른 희곡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과 그녀들의 마지막을 알고 있는 한, 환호 속의 눈물은 마르지 않겠지.

“줄리엣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줄리엣이 떠나도 내가 남아. 그 사랑을 지킨 나는 남는 거야.”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 항변인가. 변심을 원망하지 않고 사랑 그 자체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지는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확고한 믿음인가 아니면 회상이 불러온 사랑의 힘인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드라마 슈룹의 주인공 김혜수를 보면서 나이도 비켜간 배우라 생각하며 감탄했다. 주름과 잡티 하나 없는 피부에다 완벽한 몸매까지.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다. 노화는 신체를 관리하는 자에게 관대한 걸까? 보이는 신체는 그렇다 치고, 뇌도 늙고, 모든 장기 또한 기능이 퇴화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관리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으로 해결되는 걸까?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해결에 이른다면 이 책은 출간되지 않았겠지.

동물들처럼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저 / 김성훈 역 | 윌북 | 2022년


이 책은 장수하는 야생 동물에 관해 다룬다. 다양한 생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장수를 누리는지 살펴보고, 장수의 비밀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여 우리 또한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방법을 배워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동물계 안에 특출한 장수 능력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살펴보면서 그에 따른 설명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스티븐 어스태드로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물학자다. 야외 생물학자로서는 드물게 노화 연구를 독점하다시피 하여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데 몰두하는 학자이다.

서문에 소개된 프로젝트 9번 주머니쥐의 삶은 다소 애잔하다. 작고 귀여웠던 주머니쥐가 성장하여 생후 15개월에 출산하며 주머니에 새끼를 넣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더니, 그 후 3개월이 지난날의 모습은 급속도로 퇴화하여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결국 죽음에 이른다.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이 일은 저자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생물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한다.


일부 종은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오래 사는데 그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며, ‘므두셀라 동물원’의 구성원들이라고 부른다. 노화를 피해 가는 데는 이미 인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종이 노화를 피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법으로 우리를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게 이 책을 펴낸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환경 적소를 차지하거나 그런 신체 설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먹이를 잡으러 바다로 다이빙할 때를 빼고는 바다 위를 날면서 살고, 섬에서만 새끼를 치면 대부분의 포식자와 산불 등 육지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사실 비행 자체가 조류가 특출한 장수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 특성이라면 조류의 특출한 장수는 섬 생활의 안정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새가 유리기와 갈변에 의한 손상을 어떻게 막는지 알면 인간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들은 유리기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독특한 항산화 성분을 갖고 있는 것일까?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고유의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인가?”

새의 놀랍도록 느린 노화 속도와 평생토록 힘과 지구력을 유지하는 능력에 대해 위의 질문을 토대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그 연구비는 분명 가치가 높을 것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암 저항성은 자연이 적어도 6억 년에 걸쳐 공들여 풀어온 숙제다. 코끼리거북, 코끼리, 고래, 두더지쥐 등 그 성공 사례를 연구해 보면 인간 역시 암 저항성을 끌어올릴 새로운 재주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대부분이 노화에 대한 연구가 이미 밝혀진 종을 더 깊숙이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 종이 덜 실패를 하면 성공이라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므두셀라 동물들’ 가운데 가장 유망한 종들을 더 깊이 연구하게 되기를 거듭 강조한다. 또한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인데, 이런 종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인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한 번 더 강조한다.

“나는 므두셀라 동물들이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공부를 잘하려면 우등생하고 어울려야 되지 않을까. 물론 연구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므두셀라 동물들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건 사실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살고 싶기에.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