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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스캔들
장현도 지음 / 새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에 내가 좋아하는 내지 재질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겉표지와 그 안의 하드 커버, 종이 재질, 레이아웃, 폰트 등 다 마음에 들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내가 좋아하는 여러 전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나는 마음에 책을 받자마자 읽던 책을 제쳐두고 <골드스캔들>부터 펼쳐들었다.
사실 어려운 단어들이 난무해 첫 장부터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금융에 관해 완전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네이버 사전을 켜놓고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불편한 반면에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어려운 단어들에 책을 읽는 속도는 느렸지만 그에 비해 내용 자체는 잘 읽혔다. 책이 꽤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아닌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조금만 덜 졸렸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을 터였다.
역사가 들어 있는 소설들은 책을 덮은 후 생각하고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골드 스캔들>또한 그랬다. 골드스캔들에서는 자본주의에 관한 것과 한국의 IMF 당시에 대한 언급이 있다. 우선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자본주의는 경제체제 중 하나이며,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자본주의체제 아래 경제 생활을 하고있다. 자본주의사회는 노동력을 포함한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지며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제도이다. 결국 사람들은 본인의 사유재산을 늘리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한 경제 활동으로 인해 얻는 것이 바로 사유재산, 즉 돈이다. 사람들은 보다 더 편한 경제 활동을 위해 물건을 교환하는 대신 돈이라는 종이를 만들었다. 최근에 와서는 종이를 쓰는 것도 불편하다며 숫자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편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만들었으나 현재에 와선 오히려 돈이 사람을 조종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뉴스 한 편만 봐도 돈 때문에 온갖 추악한 일을 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 소설에서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사유재산에 관해 이야기 한다. 미국의 사유재산인 달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지.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또 그렇게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골드 스캔들> 속에는 이 외에도 우리와 멀지 않은 여러 가지 내용들이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시민을 위해 벌려놓은 공공사업 때문에 거꾸로 그 슬로건을 깨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푸리토나, 언론 보도에 의해 갈대처럼 마음이 바뀌는 우리 모습은 현재 한국과 아주 흡사하다. 땅콩항공만해도 그렇지 않은가. 섣부른 언론(인터넷 기사였긴 하지만 말이다)과 SNS로 인해 한 여성이 마녀사냥을 당했다. 결국 시간이 많이 지난 뒤, 그러니까 그 여성이 온갖 모욕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고 그 사건은 그대로 덮였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해 보자면, 사회적 환원이라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길을 지나가다가 직접 혹은 TV 채널을 돌리다가 전화 서비스를 통해 돈을 기부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누군가를 도왔다는 것에 뿌듯해하긴 했지만 그 돈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에게 전해지는 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골드 스캔들>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정말 누군가를 돕는 것에 의의를 뒀다면 한 번 쯤 의심해 보고 내가 낸 돈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보기라도 했을 것이다. 난 그냥 그 순간의 자기 만족으로 끝냈다. 나를 위한 기부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런 것도 믿지 못한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도, 또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해지는 일이지만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골드 스캔들>은 이러한 속살들이 스토리 속에 잘 담겨있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한국인으로서 소설 속에 나온 모든 한국인들과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너무 바보처럼 표현된 게 속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스위치가 있었는데, 스탠필드가 컨퍼런스에서 받는 비난을 보고 '마녀사냥'이라고 표현된 것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는 스탠필드를 비난하는 한국인들을 괜한 사람 잡는 잔인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이라는 단어가 왜 생겨났는지 생각해보면,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 취급하며 화형에 처했다. 죽으면 사람이고 살면 마녀라는 것인데,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 취급하며 죽이는 것을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불렀다. 스탠필드는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었고 고로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는 옳지 않은 것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는 '사치스러운 생활은 나쁜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고 있긴하지만 그 내면에는 프라다를 입고 다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호화롭고 멋스럽게 표현되어 명품과 상류층 삶에 대해 세련된 이미지들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다. <골드 스캔들> 또한 선이 주인공이며,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톡톡한 역활을 하고 또 마지막까지 도도했지만, 막상 큰 사건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불쌍하고 약해보이기 그지없었다. 오버라고 한다면 인정하겠지만 복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에 반해 화폐와 금의 팽팽한 대립이 아닌, 화폐의 일방적인 금죽이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내게 반감을 들게 했다. 이 외에도 오탈자와 틀린 명사, 조사가 내 손가락 갯수를 훨씬 넘는다는 점도 상당히 아쉬웠다. 그렇게 예쁘게 만든 책인데, 편집자들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결말도 아쉬운 요소 중 하나이다. '그들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라며 여운을 남기고 있지만, 앞의 내용들이 너무 거대했던 나머지 이러한 결말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골드 스캔들>이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 소설은 우리와 가장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우리와 가장 멀다고 생각되는 세계의 일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가장 관심가져야할 세계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그러한 것들을 우리가 관심가질 수 있게끔 긴장감 있는 스토리 속에 잘 녹여냈다. 내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독자님들은 이 소설의 단점들을 머리 한 편에 염두에 둔 다음 소설의 내용을 즐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