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특급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앨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 제삼기획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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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문학성은 뛰어났다. 하지만 추리 소설에는, 다른 소설가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있다. 일종의 영역인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추리 소설을 쓴 것은 추리 소설을 대중화하는 일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트릭을 생각하는 능력이 대단하진 않았다. 하지만 추리 소설 광팬인 나는 이렇게 좋은 평을 내주진 못했지만, 사실 일반 독자들에게라면 훌륭한 책이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애초에 나는 기대치를 좀 특이한 곳에 둔 건지도 모른다. 트릭, 트릭, 트릭, 트릭, 트릭, 트릭 그리고 트릭에만 모든 시선이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다른 곳엔 별로 관심이 없다. 어쩌면 고상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순문학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추리 소설을 이런 책으로 입문하는 것은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쓴 사람들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바로 달려가서 읽어도 실망을 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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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1
최혁곤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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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인들이 만들었다는 점에 깊은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권말에 나오는 추리소설 평론가의 ‘한국 추리, 스릴러 소설의 계보’ 같은 것은 흥미롭다. 그리고 한국에도 대단한 작가들이 많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 책은 건질 것이 많지만, 그래서 소장 가치도 있지만 하나부터 끝까지 대작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내가 읽어 본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나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선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도 대단하다고 할 만한 것 같다. 책 내용 중 재미있었던 단편들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알리바바의 알리바이, 불가사의한 불가사리’는 제목부터가 재미있는 언어 유희였어서 마음에 쏙 들은 작품이다. ‘문제편’에서 밀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해결편’에서 두 가지 시점이 제공되는데, 두 시점이 서로 엇갈린다. 어느 쪽 시점이 옳은 것인지, 그 ‘정답’은 마지막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이 독특한 방식은 아주 내 맘에 드는 것이었다. ‘불의 살인’은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얼마나 신빙성 있고 개연성 있는 소설인지는 고구려 시대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그만큼 충분하지 않은 터라 잘 모르겠지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고도 애절하게 다가왔다. ‘거짓말’은 추리 작품이라기보다는 스릴러 작품이다. 섬뜩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그 결말은 충격적이었던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적 탐구심은 채워주지 못하였지만 재미적 탐구심은 채워 줬달까?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연쇄 강간 살인마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이지 순간 오한이 들 정도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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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 2 Miracle 4
강지영 외 지음 / 시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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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에서 이미 쟁쟁한 단편들을 실어서인지 2권에서는 모든 단편들이 전부 다 썩 만족스럽진 않다. 물론 이런 단편선이 2권보다 1권에 공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그래서인지 2권에선 1권에 권말 부록으로 있던 해설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단편들이긴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이란 것의 의의일 것이다.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단편선들은 토양에 뿌리는 일종의 씨앗들이다. 각 작가마다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이런 단편선들을 제작하는 미러클 시리즈에도 마찬가지로(미러클 시리즈는 많은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다 미러클 시리즈의 관련 카페 : http://cafe.naver.com/mnmsclub). 이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 2에서 단연 압권인 작품은 ‘붕괴’였다. 붕괴된 건물 더미 안에서 친구가 말해주는 고백. 처음엔 용서할 수 있는 작은 잘못에서 말하기 시작하던 그 고백이, 점점 큰 잘못에 대한 고백으로 넘어가고 급기야 주인공의 남자친구와 아버지를 죽인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만약 때마침 건물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친구는 주인공을 죽였을 거라 말한다. 발작할 정도로 미칠 고백이지만 이 고백이 사실인지 아닌지, 친구가 잘못을 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주인공이 미쳐서 환각을 듣고 있었던 건지 등에 대한 비밀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미치게까지 한다. 결말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독자 개개인에게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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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Miracle 1
강지영 외 지음, 김봉석 엮음 / 시작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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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소감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한국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쟁쟁한 단편들이다. 아마 이렇게 만족스러운 단편선도 드물 것이다. 오죽하면 나는 여기에 투고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이 책은 내게 영감을 많이 준 책이기도 하다(아직 여기에서 얻은 영감을 그다지 어딘가에 써먹진 않았다). ‘질주’라는 작품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식인, 스릴러 게임 계통이다. 헌데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약간 나쁜 말도 해보자면 스릴만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추리도 가미된 스릴러 게임이다. 하긴 스릴러 단편에 그런 걸 기대하는 게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스릴러와 추리는 복합하면 엄청난 상승 효과를 가지게 되는 상관 관계가 있다. 해설의 서평에서도 그 점을 짚어 주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재미도 있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나는 질주를 높게 쳐주고 싶다. 가능성이란 면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재미만을 보자면 ‘나의 왼손’이 제일 재미있었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제일 밀고 있는 것은 이 나의 왼손인 것 같다. 어느 날 일어난 왼손의 반란. 이놈의 왼손이 갑자기 말을 들지 않는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그것만 해도 재미있는 설정인데, 주인공이 살인마라는 충격적인 반전은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아 매료시키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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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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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은 굉장히 정교한 설정을 지닌 소설이다. 읽다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나는 이런 스릴러 게임 계통의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데(정정하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통이다), 그 중에서도 이 크림슨의 미궁은 유별나다. 앞서 말했듯이 굉장히 정교한 설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벙글벙글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이런 계통의 작품은 만화가 많은데(쏘우, 큐브 같은 영화도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일본 만화 쪽이 훨씬 훌륭하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일본 만화가 만화계의 대세인 까닭인 ‘그 무언가’가 원인일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에덴의 우리, 그리고 사이렌과 다른 점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예로 들은 판타지성이 가미된 앞서의 두 작품과 달리, 도박묵시록 카이지나 라이어 게임 혹은 도박마 등도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대로 받아 들이기엔 오버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뭐 굳이 따지자면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스토리도 크림슨의 미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림슨의 미궁도 억지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은 소설보다 기구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현실성이 작품의 재미와 언제나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시 유스케의 철저함은 이 소설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만화 같은 데에 익숙하지 않은 소설 독자라도, 스릴러 게임 계통의 작품을 접하기에 적합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일본 작가의 소설인데 왠지 네이버 웹툰의 완결 작품인 N의 등대 - 눈의 등대 편과 비슷한 부분이 눈에 띈다. 출간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두 작품 중 한 쪽이 다른 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진 않고, 그냥 비슷한 장르라서 그런 것 같다). 끝으로 크림슨의 미궁과 비슷한 작품을 몇 가지 소개하고 끝내겠다(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소로 들어가서 보면 되기에 추천한다) 네이버 웹툰 - N의 등대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6458&no=1&weekday=tue 소원성취프로그램(소설)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363 킬더킹(개인 블로거의 작품인데 볼 만한 게 많다. 웹툰·잡지에서 활약하는 스토리 작가이기도 하다) : http://blog.naver.com/masaruchi/11001279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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