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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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이 유명한 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제가 그의 소설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에 쉽게 도전해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용기내어 그의 소설을 읽어보았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느껴보았지요.


책을 다 읽은지 며칠 되었지만, 쉽게 제 감정을 정리하여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무게감 있는 내용에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을 대하는 느낌마저 달라져서 책을 바라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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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화려한 표지 디자인이 아름답죠.

하지만, 종이 표지를 벗기면 1권은 보라색 바탕에 하얀색 고양이 한 마리가 전부인 앞표지가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2권도 초록색 바탕에 하얀색 고양이 한마리 뿐이고요.


다른 군더더기 필요없이 정말 고양이 책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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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해요.

고양이들이 인간 문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력으로 이렇게 멋진 책이 만들어졌어요. 코로나 19로 인류의 문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그럴듯한 전개라 그런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문구들이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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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테트라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간마다 고양이 백과사전의 이야기가 하나씩 등장해요. 첫 부분을 읽을 때에는 이 백과사전의 이야기가 원래의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듯 보여서 이야기의 구성이 이해가 가지 않아 1,2,3장을 여러번 다시 처음부터 읽었는데 2장이 원래의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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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나탈리, 당신 잘못은 아니야. 종을 잘못 골라 태어났을 뿐이지. 당신은 곧 사라질 낡은 세계의 일원이에요. 그걸 인정하고 당신이 장식용 반려동물쯤으로 여겼던 우리들이 당신들, 인간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요."

- 출처 : 1권 본문 70쪽 내용 중에서 -


고양이 바스테트가 자신의 주인 나탈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문장이죠. 하지만, 나탈리는 못 알아들었어요. 바스테트는 인간과 직접 소통할 수 없지만,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이마에 눈이 하나 더 있어서 그것을 컴퓨터의 usb 단자에 연결하면 인간과 소통할 수 있대요. '제3의 눈'이라고 표현되었는데, 우리의 눈이 주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니 그럴듯하여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이집트에서는 이것을 호루스의 눈이라고 불렀고, 인간의 뇌 한가운데 위치한 솔방울샘도 이 기관이 변화한 흔적이라고 보는 학설도 있다니 신기해요.


주제가 주는 무거움은 있지만, 내용은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말하는 문체가 많아서 읽기 쉽고 재미있는 요소도 있어요. 책 내용 중간마다 웃긴 부분들이 많아서 큭큭대며 읽었습니다. 아들 고양이 안젤로가 엄마에게 폭력으로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하며 '캣권도' 동작을 한다고 표현하거나, 비둘기가 부리로 공격을 하다가 똥을 머리에 싸고 갈 때 변태라고 말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말을 전혀 못하는 앵무새의 값이 제일 비싼 이유 역시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안에 인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꼬집어 비판하는 듯 하여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이렇게 단순히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는, 생각이 필요한 부분들도 많아요인간은 고양이를 위해 존재하는 동물에 불과하다는 표현, 동물 재판에 대한 이야기, 인간이 우울증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쥐를 이용하는 것을 쥐의 입장에서 인간을 잔인하고 인간적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정말 여러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가진 3가지 개념인 유머, 사랑,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주인공 고양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몸속에 있는 세포들처럼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문장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바라는 건 최소한 그 세포들이 경쟁과 증오와 적대감에 사로잡힌 정신들로 분열되어 상대방의 에너지를 도둑질하려고 싸우지는 않았으면 하는 거야." - 출처 : 2권 본문 260쪽 내용 중에서 - 


테러, 전쟁, 전염병 등으로 인류 문명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요즘, 우리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고양이 문명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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