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Feel 상상 고래 10
이윤주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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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

Feel~

감정~

감정은 인간만 느낄 수 있는 건가요?

로봇이 아주 많이 진화하면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궁금...


요즘에는 시를 쓰는 인공지능 로봇도 나왔다던데,

감정을 느끼고 쓰는 건 아니겠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슷하게 내뱉는 거겠죠?

아닌가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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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Feel)
(이윤주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제7회 교보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이라고 하여,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솔직히, 앞표지 그림이 살짝 무서워 보여서
읽기를 며칠 미루다가 읽게 되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네요.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영화에서도 많이 보는 주제이긴 한데,
이 책에서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책을 읽게 되네요.

이 책에서 로봇들은 스스로를 '러드'라고 칭하고 지구의 주인이 됩니다.
러드들이 인간을 몇 명 살려두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감정을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남겨둔 것이죠.
그렇게 남겨진 인간은 '필러'라고 말해요.

러드들이 인간의 모든 걸 가질 수 있었지만,
 '감정'만은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책의 주인공은 '휴이'라는 러드와 '은유'라는 인간입니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몸 안은 센서, 전선 등으로 이루어진 러드 휴이,
아빠는 돌아가시고, 아픈 엄마를 보살펴야 하는 은유.

휴이는 은유에게 자신의 필러가 되어달라고 해요.
앵무새를 해치지 않을 테니 제발 되어달라고 하는 부분에서
은유는 다른 러드에게 느낄 수 없던 따뜻함을 느껴요.
책의 뒷부분에서는 슬픔을 가르쳐줄 테니, 엄마를 당장 신고하지는 말아달라고 하는 부탁을 하는데 휴이가 이것도 들어줍니다. 따뜻한 부분이 참 많죠.
(물론 이 때는 자기가 감정을 모두 잘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요.)

책의 뒷부분에서 휴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바로 은유의 오빠, 은오거든요.

필의 단계가 있는데, 러드들은 이 단계를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재미-화-공포-성취감-사랑-슬픔-연민
이렇게 감정의 단계를 습득해 나가면서 진화하는 러드가 되는 거죠.

휴이가 3분 8초만에 성취라는 감정을 습득하면서
기네스북 정상에 오른대요. 하하...
로봇들도 기네스에 오르는군요.
잠깐 웃음이 나왔지만, 실제 그런 현실을 상상하니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엄마가 휴이에게 은오라고 부르며 "은오야! 이리 온."
하지만 휴이는 자기는 은오가 아니라 3달 전에 만들어진 러드라고 하죠.
여기서부터 읽는 속도가 나더라고요.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엄마가 청색머리핀을 빼서 은오에게 보이며 설명하고, 
은오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그럼, 인간이었나?

인간의 뇌 복제가 쉽지 않으니, 인간의 뇌를 이식하겠다고
거브레인의 말을 해요. 헐, 그럼, 은유를 죽이겠다고?
점점 더 읽는 속도가 나더라고요. "뇌를 이식하면 더이상 러드가 아니라 인간인 것이다." 라면서 휴이도 반대를 하고요.

휴이의 가슴에 은유의 고통이 전해지면서 '연민'을 느끼게 되고
휴이는 7단계까지 필라인을 뿜어내는 최고 러드가 됩니다.

거브레인은 마지막에 본심을 드러내죠.
모든 러드들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만들고 싶어한다는...

"내 말에 불복종하는 러드는 살아남지 못해!"
거브레인은 웃으며 휴이를 죽이려고 하는 긴박한 순간...
엄청난 긴장감으로 책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은유는 초소형 컴퓨터 접속 홀에 슈퍼뇌 컴퓨팅칩을 끼우며
거브레인을 에너지제로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게 만들고...
휴이를 다시 살려요.
휴이는 필7단계 뿐만 아니라, 수줍음, 벅차오름, 부끄러움, 속상함, 걱정, 유쾌함, 실망감 등 과거에 은오가 느낀 감정들을 모두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감정이 7개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러드들이 진짜 필(Feel)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과 싸우지 말고,
인간과 친구가 되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요.
모든 인간이 필러이고, 인간의 느낌은 그 삶 속에 함께 있기 때문이지요.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이 이미 왔지요.
우리 삶 속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이고요.
인간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마주할 때 얼마나 공포스러울 지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로봇에게 정복당하고 인간이 조종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무서운데...
슬기롭게, 모두 행복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발전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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