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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처럼 떠나다 - 청색시대를 찾아서
박정욱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미술 문외한이라도 피카소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줍잖게 예술을 한다고 나대는 어중이떠중이와는 레벨이
다른 그는 진정한 예술'가'로 그야말로 예술분야에서 자신의 일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시대까지 창조해냈다.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버겁게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앞에서는 공깃돌처럼 가벼운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온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그는 분명 오직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시대'를 창조해냈다.
피카소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성취는 존중하는 한 사람으로서 피카소의 시대 중 하나에 포커스를 맞춘 책, 그것도 여행과 연결된
책이 나왔다기에 굉장히 반가웠다. 독특한 테마가 있는 여행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데 특히나 내 취향에 맞는 소재들이 어떤 조화를
이룰까 굉장히 기대했다. 기대가 커서였는지 책 내용은 좀 실망스러웠다.
피카소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 책은 저자의 독백에 가깝다. 이미 수십년 전에 죽은 인간 피카소의 흔적을 좇아봄으로서 그에 대해
알아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책은 피카소의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고 이내 주변을 빙빙 돈다. 달리와 한 동네에
살았다든지 물에 빠진 개를 목숨을 걸고 구했었다든지 등의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나올 때만 해도 인간 피카소를 좀더 알아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었는데... 집요하게 파고드는 맛없이 '이러이러했을 것이다', '내 느낌은 이렇다' 등으로 애매하게 끝나는 내용구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맨 끝에야 알게 되었다. 저자에게 피카소 자체는 주제가 아니었다. 마음이 콩밭에 있으니 피카소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던 거다. 애초에 독자와 만나기 위해 쓴 책이 아니어서인지 자폐적 느낌까지 드는 부분도 있고 기본적으로 굉장히 불친절하다.
피카소의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그 그림이 무엇인지 실어놓고 얘기를 해야지 그냥 텍스트로 땡. 그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얘기라
굉장히 답답하고 공감도 안 됐다. 가끔씩 들어가있는 똑딱이 레벨 사진 수준도 마음에 안 들었다.
피카소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꼭 잘못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저자와 성향이 별로 잘 맞는 것 같지 않아 더 혹평하게 되는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침잠하는 감정적 과잉이 마음에 안 들었고, 혼자 십자가 지고 순교하는 것처럼 쓰인 뉘앙스가 싫었다.
좋은 재료로 좋은 시도를 했으나 요리법이 잘못됐다. 이런 스타일의 책은 계속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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