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탈무드 장자
장자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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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작가
장자
출판
베이직북스
발매
201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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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북부는 유가, 남부는 도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들 하는데 유가사상에 비해서 도가 쪽은 별로 접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컴팩트하게 도가사상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이어서 읽어봤는데 충분히 제몫을 한다. 저자 스스로는(저자는 저자는 장자라고 해놨지만) 패스트푸드형 경전이라고 해놨는데 빠르고 간편하다는 장점의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고, 내용의 충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겸손의 말이다. 나는 이 책을 패키지여행상품에 비유하고 싶다. 저자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구를 해석해놓았기에 초보자가 길을 잃지 않고 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데, 좀더 자유로운 지적 사고를 원한다면 때로는 그 친절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흔히 비교되는 다른 유파와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해지는데, 도가는 꽤 특이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인간과 사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도가는 우주와 세상 만물을 다룬다. 거기에 그 표현도 두루뭉술한 게 있어 어떤 대목은 웬 개소린가 싶기도 하다(날개 폭이 9만리인 새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특성 때문인지 도가를 다룬 이 책을 보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은 하나고 차이는 결국 무의미하다는 게 결국 주내용인데, 일면 맞는 말이지만 받아들일 때 조심해야할 듯하다. 지식은 무한하니 끝없이 추구해도 무의미하다는 관점이나, 명성을 얻지 않도록 좋은 일을 하지 않고 형벌을 받지 않도록 나쁜 일도 하지 않는다는 둥의 소심한 처세관 등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내용들 간에 다소 상충적인 부분이 있는 걸로 보아 장자 스스로도 완벽한 체계를 구성하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나는 자연과 고전을 숭배하지 않는다. 고전은 현대에도 의미를 지닐 때에야 존재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연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보듬어주는 존재지만 한없는 진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도가는 처음부터 나와 코드가 100% 맞을 수는 없었던 듯하다.

(도가 얘기지 책 퀄리티에는 만족한다. 애초에 퀄리티가 있어야 대상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도 생겨나는 것이니)

 "도가 사라진 후엔 덕을 중시하고, 덕이 사라진 후엔 인을, 인이 사라진 후엔 의를, 의가 사라진 후엔 예절을 중시한다"는 말엔 동감. 결국 도는 하나일진대 그 외형이나마 붙들고 있는 것이 예일 것이다. 물고기가 물 속에선 서로 침을 뱉어 상대방을 살릴 필요가 없는 것처럼, 예도 이상적인 상태에서는 불필요한 허례허식에 불과하다. 

 무엇 때문이든 성인과 소인은 자신의 본성을 손상시키며 다른 것을 얻는다는 면에서 같다. 도적에게도 도가 있으며 이 도는 중립적이어서 쓰는 사람의 마음 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세상을 움직이는 도라는 것이 중립적일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성인과 소인의 차이마저 무시해버리는 무식함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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