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2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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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2

작가
막스 갈로
출판
민음사
발매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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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 생각한 것보다 프랑스 혁명은 복잡다단한 사건이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숙명 혹은 우연들의 집합체로서 애초에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애매한 존재가 아닌가 한다.

 혁명의 씨앗은 루이 16세의 치세 기간 무럭무럭 자라났다. 혁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왕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왕은 프랑스 국민을 사랑했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공감했으며 개혁을 통해 덜어주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왕 스스로의 우유부단함과, 계급 간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심지어 이 관계는 상황에 따라 요동치고 급변한다) 탓에 개혁은 때로는 지지부진했고 때로는 심지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개혁을 추진했으나 좌절당한 한 대신은 왕에게 찰스 1세의 머리가 단두대에 놓인 것은 연약함 때문이라고 경고하고, 그 예언은 결국 들어맞고 만다.

 민생이 극도로 악화되자 민중은 일어서고, 귀족 이외에는 진급이 불가능하게 되어 불만에 차있던 군인들은 진압을 거부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왕은 여전히 왕이었다. 불손해지고 때로는 강경파가 국왕 폐위를 외치긴 했지만 혁명이 왕에 절대적으로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상당히 자주 국왕 만세라는 외침을 들을 수도 있었으니. 이런 대목이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갈팡질팡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왕을 찬양하기까지 한 혁명세력. 조울증 걸린 사람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나오면 상당히 무섭게 느껴질 것 같긴 하다. 근위병의 잘린 머리를 창에 꽂고 외치는 국왕 만세라... 혁명은 올곧은 하나의 정신을 가진 것만은 아니었다고 이해했다. 일종의 선형적 현상이 아니라 카오스, 스스로도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하는 에너지의 분출. 어쨌든 왕은 이 시점에서 최악의 오판을 한다. 혁명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다가도 왕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중플레이를 시도하고 밖으로 도망가려다가 딱 걸려버린다. 오스트리아 여자 마리 앙투아네트에게로 쏠려있던 비난은 이제 왕과 왕조에게 직접적으로 쏟아져내리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다른 유럽국가들의 개입이 가시화되자 왕의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 된다. 왕이 살아있으면 타협하게 된다. 일종의 배수진을 쳐야한다는 혁명지도층의 판단에 따라 왕은 그토록 확실하게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닐까 한다.

 왕의 죽음은 겉으로는 잠잠했다. 모두들 충격을 받아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더 조용하게 왕비까지 기요틴에서처형당하는데, 정말 시끄러운 것은 혁명 내부였다. 치열한 권력다툼이 일어났고 극단적인 이상주의자 로베스피에르가 부각되는가 싶더니 혁명에 대한 피로감은 그를 삼켜버렸다. 공포정치의 내면은 정말 참혹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보다 일찍 제어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프랑스의 외면은 잘 굴러갔다. 이 틈을 노려 주변 국가들이 모두 뭔가를 취하려했을 텐데, 오히려 프랑스의 세력은 팽창한다. 그 중심에 선 인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영웅으로 떠오르고 혁명에 지친 이들의 희망으로서 자신을 포지셔닝한다. 

 혁명이란 지고지순한 것이 아니다. 한편, 결과적으로 혁명의 전후가 전혀 다른 세계가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혁명은 최선의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있는 이도 없다. 미쳐 돌아가는 상황들 속에서, 멀리 떨어져 관찰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 혁명이 프랑스인의 엄청난 자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는 신이었던 존재를 자신들의 손으로 끌어내리고 파괴했다. 그 순간 그들은 비로소 자유를 찾은 것이다. 그들은 괴물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에덴 동산에서 사과를 따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그때 살아있었다. 조선이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면 분명 오늘날의 사회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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