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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1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프랑스 혁명은 분명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면에서는 진행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현대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저를 형성하는 이벤트. 혁명을 상당히 근거리에서 지켜본 괴테는 “이곳부터 그리고 이날부터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오.”
라고 말했다.
서구와, 서구의 영향에 침식당했고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는 전세계에 그토록 큰 임팩트를 남긴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보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랑스 혁명에 대해 들었겠지만 아마 그게 아는 것의 전부일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최고 권위 학술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가 막스 갈로가 이야기하는 프랑스 대혁명사,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과 그 뒤에 숨은 인간의 폭력성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세계 역사의 새 시대를 연 나날들을 재조명하는 책이라기에 도전해봤다. 미화되지 않은 날것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책은 예상보다 읽기가 힘들었다. 역덕이 아니면서 이 책을 재미만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려보겠다. 뭔가 다른 것을 찾는다면 얘기는 달라지겠고, 루이 16세의 청년기 얘기 등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보편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좀 있다. 애초에 복잡다단한 사건인 데다가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고, 번역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도 핑계로 대고 싶다. 그래도 이보다 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접근한 책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권은 루이 카페로 시작해 루이 카페로 끝난다. 찌질이로만 생각했던 루이 16세(폐위 후 루이 카페)는 마냥 병신같은 놈은 아니었던 듯 싶다. 초장의 처형 장면에서 보여준 군주로서의 마지막 의연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루이 16세에 대해 연민 내지 호감을 느끼게 초반을 구성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나중에 재등장하는 처형 장면에서 루이의 말은 악대 소리에 묻혀버린다).
어쨌든 루이 16세가 혁명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은 동감하는 바이다. 전성기를 지나 저물기 시작하는 왕조를 지키기에 그의 능력은 특출나지 못했다. 특출나지 못한 것을 비난한다면 그 비난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몇이나 될까? 루이 16세는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 역사는 그를 제물로 마련했고, 그는 죽어야만 했다. 그렇게 자신과 국가를 분리함으로써(물리적으로도 철저히 그렇게 되었고..) 새 시대를 열어야만 했다. 아직 기회가 살아있던 시기, 그가 무명의 로베스피에르를 의도 없이 외면하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전주곡이었을 지도 모른다.
--- 2권 서평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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