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기만 한 철학은 싫어하는데, 엑기스는 유지하면서도 간결하게 의미와 지혜를 전달해줄 것 같아 읽어봤다. 이전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믿고 읽었다. 철학에 좀더 쉽고 재미있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으면 했다.
이 책은 토트 아포리즘 시리즈 (Thoth Aphorism Series)에 속하는 책으로서, ‘토트 아포리즘’은 문학과 철학, 예술 등 분야별 거장들의 명구를 담은 잠언집이다.
소개글을 빌리자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경구처럼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촌철살인의 기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아포리즘의 영감들이 여러분의 창의성을 불꽃처럼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란다.
다른 시리즈와 달리 이 책은 '철학'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생각해볼 만한 철학적 주제들에 대한 경구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요 책 저자가 기획의도를 잘못 이해한 결과인지 철학의 성격 상 무리가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철학 그 자체보다도 사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명제들에 더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 방향도 좋았다.

맑스의 역사관.
"인간은 역사를 만들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캬. 주어지고 물려진 환경,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살아있는 자의 머리를 악몽처럼 짓누르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그토록 가혹하고 냉정하게 과거를 부정했겠지. 유물론적 시각은 문제지만 일견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왕수인의 가르침. 김춘수는 여기서 시상을 떠올린 것일까?

닥쳐.

비판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다... 지혜가 듬뿍 담긴 관찰이다.
인생에는 한계가 있으나 인식에는 한계가 없다. 그런데도 한계가 없는 인식을 따른다면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장자의 말대로 불가능한 것일까?

사실은 없다. 기호가 있다. 진리도 없다.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듣고보니 그렇다. 그다지 관심이 없기에 어렵다고 지나쳐버리는 것일 게다.

무한한 사랑의 전도자 묵자

해석하기 나름. 허영의 깊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다.

형이상학은, 남에게 설명해도 모르고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인간의 육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없다.

진지란, 뭔가를 진정으로 꽉 잡는 것.

로크와 루소의 일갈. 이런 반항아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변해왔다. 상식은 상식일 뿐. 시민사회의 기초자는 사람들이 사유를 믿을 정도로 순진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첫번째 얌생이.

움직이는 건 니 마음이야

백이와 도척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사상가 장자. 그의 사상은 자칫하면 모든 것이 공허하다는 니힐과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급류를 따라 흘러가는 물고기는 오직 죽은 물고기뿐. 도전하라. 반항하라. 싸워라.
기대대로, 쓰잘데기 없는 오타쿠형 철학이 아니라 삶에 대한 중심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글귀들이 등장해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다.
결국, 내 취향대로 취사선택하게 된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책에 실린 명제들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어떤 영향은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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