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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회이명 - 영화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2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5월
평점 :
영화란 장르는 참 특이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다. 싸구려 가격에 대중적인 성격이 굉장히 진한데 이상하게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있고.
하지만 잘만 하면 상업성과 예술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고 사회적 영향력도 어마어마한 장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인문학. 인문학이란 인간의 무늬를 연구하는 학문이란 얘기가 있다. 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하는 게 인문학이란 거. 작금의 '인문학' 장사치들에게는 굉장한 환멸을 느낀다. 무늬는커녕 그림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인문을 논하고 소양을 말하는 걸 보면 참 안타까울 뿐이다. 거기 휘둘리는 인간들은 불쌍하고.
그래도 둘의 결합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과연 성공적인 퓨전이 될지, 재앙이 될지 반신반의하며 이 책을 읽어봤다.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쥐뿔도 없으면서 어렵게 쓰는 현학적인 문체다. 이 책은 쉬이 읽히지 않는다. 나는 텍스트 자체보다는 세계관 확장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기에 주로 이동시간에 책을 읽는데, 이 책은 그 정도 집중력으로는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기껏해야 조용한 곳에서 책을 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잘 소화되지 않아 여러 번 책을 들었다놨다 하다 중반부부터는 리듬을 탈 수 있었다. 책의 초반내용이 문제인건지, 내가 문제였던 건지, 혹은 둘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랬다.
저자의 역량은 상당하다. 초반부 난해한 텍스트를 헤쳐나가느라 힘들었지만 점차 드러나는 그의 폭넓은 사유의 폭은 분명 책을 낼 만하다.

아니마의 형태 1. 어머니 아내의 정신적 형태 2. 반려자, 여자친구인 헤타이라(고대그리스 기녀) 3. 아마존 4. 메디알레

신데렐라의 근원에는 배고픔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포커스가 맞춰지는 부분이 다르다. 18세기 프랑스인의 45%는 10세 이전에 죽었다.

과부 재혼율은 10% 이상. 신데렐라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이야기다.

심청을 파고든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자대비한 부처의 잔혹성에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으나 심청에 주목해본 적은 없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효 너머의 절대적 진리를 향해 투신한 심청. 심청을 선이 아닌 존재로 비틀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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