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살며 사랑하며
미란다 케네디 지음, 송정애 옮김 / 프리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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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인도는 낯설다. 오랜 역사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발전정도 때문인지 인도는 흔히

환상의 나라 등으로 자주 포장되곤 한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코끼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IT 인력들이 쏟아져나오는 나라인데 

'영혼을 발견했다', '영원의 세계를 만났다' 등의 판타지로 덧칠한 인도 여행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인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진정한 인도의 모습을 관찰한 저자의 경험을 통해 인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지닐 수 있게 되길 희망하며 책을 읽어봤다. 


 뉴욕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인도로 떠난다. 소속된 직장도 없고, 인도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저 막연히 혼란과 역동적인 변화로 가득찬 그곳에 자신을 던져 보자는 생각뿐이었다. 가능성과 희망, 좌절과 절망이 뒤엉킨 

델리에서 5년 넘게 살며 저자는 다양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도 정치와 문화가 보여주는 안개처럼 흐릿한 세상을 경험한다.


 인도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펼친 책에서 쏟아져나온 텍스트는 예상 외의 양이었다. 사진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흑백이었다. 인도의 큰 그림을 그려내는 생생한 리포트를 생각했기에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다 읽어보니 예상했던 

방향과는 살짝 달랐음에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은 저자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데 인도의 평범한 사람들과 밀도있는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그녀를 통해 인도에서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섬세한 관찰과 필체 때문에 잘 쓰여진 소설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인도 고유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인습을 자연스럽게 녹여 소개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가치관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도의 젊은 여성과 현대적이고 발전된 삶을 갈구하면서도

과거의 카스트 제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이든 가정부, 새로운 인도를 꿈꾸지만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하는 커리어우먼 등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여성적 시각이 중심이 되어 공감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런 얘기 속에 이토록 깊숙이 들어가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도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보다는 여자로 산다는 게 더 힘든 일일 테고 더 인도스러운 것이기도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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