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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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었던 '시장미술의 탄생'과 같은 저자라는 건 책 표지 안쪽을 보고 알게 되었다.


 사실 예술가들의 불우한 삶에 스팟라이트를 비추는 것은 '예술가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일종의 소망이 반영된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더 감동적이고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더 큰 생명력을 갖게 되지만 사실 모든 예술가가 미치광이에 성격파탄자 혹은 


지지리 재수없는 인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일종의 도시 신화는 역시 다른 필요에 의해 박제된 마오를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을


가져다주곤 했다. 실제로 정신이상과 창조성 사이에는 어느 지점까지는 연관이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증빙된 사실이라지만, 우리는


우리의 감동을 위해 실제보다도 예술가들을 더 불행하게 만들고 그 이미지를 소비하며 빈 껍데기를 찬양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역시... 행복한 예술가보다는 상처입은 예술가의 삶과 작품이 주는 울림이 크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더 감동적이고, 더


흥미롭고, 더 재미있고. 


 이 책도 딱 그런 냄새가 나서 꽂혔는데, 한편으론 그런 선정적인 가십만 그러모아놓은 책은 아닐까 걱정이 되긴 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가십만 긁어모은 그런 수준의 책이 아니다. 우선 책 분량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의 예술가들만 등장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술가로 살았던 한 인간의 삶과 그 상처 뿐 아니라 그 삶을 낳고 그 삶이 펼쳐졌던 시대적 배경, 그 삶이 미친 영향 등까지


파고든다.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대체로 불행했다고 할 수 있는 부류, 대중적으로는 각광을 받았으나 그 내면까지 행복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 부류, 상처를 인식하고 증언한 부류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선정기준과 평가가 일단 개인적이라는 건 알아두는 편이 


좋겠다. 까미유 끌로델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시작하는 책은 그녀를 한껏 찬양하는 빠수니즘을 보여준다. 처음 읽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은 작가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책이다. 다소 생소한(내 무지 탓도 있다) 사람들이 들어가있기도 하고, 


워홀과 백남준을 다룬 파트에서는 이들을 낱낱이 해체해버리는 까니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 취향과 크게 충돌하는 부분은 없었는데


혹시 거북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듯하다. 이 책의 장점으로 들 수 있는 또다른 면은, 그 예술가들이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는지도 


성의 있게 첨부해놓았다는 점이다. 나는 책에서 까미유 끌로델의 '사쿤탈레'나 '성숙' 같은 작품을 발견했다(이전에 눈으로 봤을 텐데..). 

 

 내용은 좋은데 글이 지나치게 현란한 것은 단점이다. 내용이 어려워서 글이 어려워진 부분도 있지만 쓸데없이 어려워진 부분도


상당히 자주 보인다. 원래 이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은 버틸만 하겠지만, 초심자라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허나 그 모든 사소한 단점을 펼쳐놓더라도,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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