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인생의 낮잠

인생의 낮잠ｌ마이리뷰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 중 하나는 '간접경험'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눈 혹은 신체의 다른 부분을 빌려 제약을 뛰어넘고

원래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겪어보는 것은 분명 독서의 즐거움이다.

그 타인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면 공감이 되어 좋고,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또 새롭고 생소한 재미가 있다. 이 책의 작자와 그의 작품인

이 책은 후자다.

처음 이 책을 보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는 이 책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주내용으로 하는 포토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삶과

인생 전체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마냥 기발한 새로운 시선만을 기대했었는데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보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여서인지 작가는 자유롭고 개성이 강하다. 현실적인 제약에 묶여있는 보통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칼같은 느낌이 드는 감성(날카로운 게 아니라 베여도 베인 사실조차 인지하기 힘들 것 같은

그런 느낌에 가깝다)은 읽는 내내 적당히 기분좋은 긴장을 준다. 좀 다르고 예민한 안테나를 지닌 사람이기에 일상과는 다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꿈 같다는 느낌이다. 겨울 목욕탕에 서린 김, 아늑하면서도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왠지 피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

눈썹 있는 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의 노파, 섬마을의 추억, 고양이 섬, 대나무꽃, 서퍼 노인 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게 정말로

현실인지, 소설은 아닌지 신기한 느낌이 든다. 일종의 전설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찌 그런 경험을 하곤 하는 건지 그의 인생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과는 다른 리듬에서 살아가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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