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전세계의 무슬림이 몇 명인지 아는가? 13억 명이다. 그 규모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무지하다. 불과 한 달 전쯤에도 모 TV 프로그램에서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송을 해 물의를 일으켰었는데, 대다수가 그런 왜곡된 시선에 익숙해서인지 별다른 일 없이 묻혀 지나가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슬람' 또는 '무슬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테러리스트', '알카에다' 등의 단어와 함께 '문명의 충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도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읽어본 것 같긴 한데 다소 큰 관점에서 보는 느낌인지라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될텐데, 문명이 왜 공존이 안 되는 것일까 정도의 생각을 하고 지나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거대한 담론보다는 기자가 발로 뛴 기록의 증거물이다. 그녀는 지난 7년간 적도와 북위10도 사이에 자리잡은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을 직접 취재했다. 적도에서 북으로 약 1126km, 그 지역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충돌이 빈번한 전선이다. 전세계 무슬림의 반, 20억 기독교인의 60%가 거기 살고 있다. 종교적 갈등은 성스러운 싸움이 아니다. 영토와 수자원, 석유 및 기타자원 등 현실적인 동기가 그 실질적인 원흉이고 종교는 대리적 성격을 띠는 동시에 갈등의 본질을 왜곡하고 악화시키는 상황이다. 식민주의의 영향으로 일종의 PTSD적인 경향을 띠는 분쟁도 있으며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어쨌든 현지 주민들이 믿는 신은 지역적, 역사적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된 것인데 과격분자들은 그러한 만들어진 신에게 자신을, 때로는 무고한 다른 사람까지 바친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무서웠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피해가 간다는 것. 종교의 탈을 뒤집어 쓰고 우매한 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는 사라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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