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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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먼저 접했었다. 호랑이만 좇으며 살아온 특이한 인생 이야기,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간접체험이라고 하지 않는가. 읽기 전에는 악마 같은 호랑이와 그를 좇는 광기의 다큐멘터리 작가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모비딕과 에이헙이 그러하듯. 읽어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태초의 숨결을 간직한 시베리아의 자연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호랑이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절대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그 위대함을 증언하는 대리자에 가깝다. 한편 그 대리자에 포커스를 맞춘 저자는 철저하게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조심스럽게 호랑이를 기록에 담는다. 무인총과 카메라 등을 파괴하는 그 영리함, 사람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조심성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들은 악독하고 집요한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그저 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몇 달씩 하염없이 기다리고 발자국을 따라 걷고 그들의 흔적을 추적한 끝에 목격한 것이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이라니 저자의 입장에선 굉장히 착잡했을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예로부터 신성시된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몰려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생존과 관련되지 않은, 욕심 때문에 죽어나가는 호랑이들의 참혹한 죽음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굳이 그렇게 다른 생명을 해쳐야만 하는 건지.. 모든 것을 품고 흘러가는 자연의 위대함에도 감탄했지만 저자의 열정과 의지에도 감동했다. 이전에는 인간이 기록하지 못한 시베리아 호랑이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스스로 지은 감옥에 들어가 산 송장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에 혀가 내둘러졌다. 산 자가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가 그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텐데. 호랑이 가족에게 포위당해 생사의 위기를 겪는 모습은 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그런 고초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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