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2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외수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인식으로는, 별 시덥잖은 글을 써대면서 산골에 짱박혀서 도인 이미지로 포장된 작가가 이외수다. 그러던 차에 이외수의 '들개'는 그래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전 재출간된 '들개'를 읽어보았다. 도입부는 근래 읽은 소설 중(원래 소설은 잘 읽지도 않지만) 최악이었다. 시덥잖은 말장난으로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모양새며 글쓴이가 남자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주인공 여성의 심리묘사는 책을 펼친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내러티브와 순식간에 뚝뚝 끊어져 억지로 흐르는 이야기 흐름은 나를 짜증나게 했다. 다행히 다소 억지스러운 초반부를 거쳐 남자가 여자가 사는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리 나쁘지 않은 소설이 되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삶에 지친 24세의 여주인공은 대학을 자퇴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며 버려진 건물에 들어간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미술을 하고자 다니던 직장을 때려친 남자를 만나며 여주인공의 삶은 그의 그림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짜고짜 주인공이 살고 있는 건물에 입주한 그는 '들개'를 그리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그 그림의 완성에 엄청난 가치를 두고 생활하게 된다. 그림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자 술집에 나가 번 돈으로 그를 먹여살리고 필요한 재료를 사고 개도 한 마리 사온다. 아마도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함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그렇게 그림의 완성에 집착했던 것이리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제 그림을 그리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주인공은 그림의 완성과 화가의 죽음을 목격한다. 다소 뻔했지만 이 엔딩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던 여자가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뜬 순간 그림은 완성되고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에 사랑이 완전한 것으로 남을 수 있는 이 역설이 완성된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추잡한 현실을 죽음을 통해 뛰어넘어버렸기에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과 동떨어진 남녀가 결합하면 그 끝은 아마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여주인공의 니힐이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애초에 '너는 이런 인물이다'라고 정해놓고 그에 끼워맞춰가며 소설을 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이 아니라 소설을 위해 태어난 로봇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작은 분명 아니며, 소일거리로 읽어볼 수는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총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