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소에 천 명이 머물다 가면 천 개의 단상이 생겨난다. 그것이 여행의 의미다.여기 그 단상들을 스케치로 빼곡히 담아낸 여행자가 있다. 그림을 그리던 스케치북 위로떨어진 빗방울 때문에 얼룩진 스위스 어느 성당의 스케치. 비 내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유럽 자갈길의 흙냄새가 풍겨오는 것만 같다. 과연 그 어떤 방법으로 지구 반대편의 비 오는날의 단상을 이처럼 생생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책 소개에는 영국을 방문했던 중문학자의 영국 문화, 예술, 역사 탐방기라고 되어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영국견문록이라기보다 영국의 주요 도시와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등 본인이 여행한 서유럽 몇몇 도시들을 소재로 한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에세이집이다.“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영국견문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영국대한 다양한 정보와 스토리를 기대했건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영국에 체류하는 동안 근거리 유럽 국가와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정리해 둔 것을 책으로 엮어 출판한 것 같은데, 독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책 제목을 수정했으면 좋겠다.단팥없는 붕어빵처럼 ‘영국없는’ 영국견문록이라니..
케임브리지가 도시는 작아도 그 위상과 품격이 가볍지 않은 것은거대한 대학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어디에도존재하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케임브리지 대학은 상징적인 개념이고 진짜 대학은 분업화된 또 다른 작은 대학이나 기구들임을알 수 있다. 즉 전체적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이라는 조합 형태의조직 안에 소속된 것은 맞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각 칼리지와패컬티(학부), 그리고 디파트먼트(학과)가 실제 대학의 작용을 한다. 그래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영어 명칭은 ‘Cambridge University가 아니라 ‘University of Cambridge‘, 즉 ‘케임브리지의(혹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대학‘이다.
예약의 생활화와 시간의 느긋한 향유가 공존할 수 있는 까닭은 결국 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남의 시간도 존중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시간을 아끼려고 누군가에게 수고를 끼친다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도 거기에서 나온다.